이야기
복음나누기
칭찬받은 불의한 집사
가해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루카 16,1-8)
칭찬받은 불의한 집사
찬미예수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참 많은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비유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보셨거나, 혹은 해석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누군가가 비유를 들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에는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뿐만 아니라 단어 하나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욱 명확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의 대부분은 하늘 나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비유는 항상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늘 나라는 ~ 에 비길 수 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에 관한 비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달하시려는 메시지가 따로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 이 비유의 주인공은 집사입니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집사가 처음에 처한 처지와 그 결말입니다. 처음에 집사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합니다. 주인이 집사 일을 그만두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사는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이 상황을 해결을 방안을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깁니다. 그 방안은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의롭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결말은 주인에게 칭찬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이 말은 곧 집사를 그만두지 않게 되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보게 됩니다.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그 집사가 한 행동을 불의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집사를 그만두게까지 하려고 했던 주인이 그가 한 행동을 보고 칭찬을 합니다. 이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집사가 선택한 방법이 의롭지 못하다고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로 그 방법의 지향이 의롭지 않았습니다. 그가 빚을 탕감해 주려고 결정한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또 자신이 분명히 부딪히게 될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그 방법이 실행된 과정이 의롭지 않았습니다. 그는 은밀하게 이 일을 처리했는데, 이것은 죄의 속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죄는 철저히 은폐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행동이 칭찬을 받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그 집사가 불의하다고 하시면서도 반대로 영리하기 때문에 칭찬을 받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집사가 영리하다고 하신 이유는 그가 선택한 방법 자체가 선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빚을 탕감해주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우리 교회 전통 안에서 빚을 탕감해 준다는 것은 곧 죄에 대한 용서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우리말로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바치지만, 라틴어로 된 주님의 기도를 직역하면 ‘저희에게 빚진 이들을 탕감하오니, 저희의 빚을 탕감해 주시고’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집사가 영리한 것은 세상의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니라 하늘 나라의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주인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에 세상의 자녀들이 빛의 자녀들보다 더 영리하다고 하신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세상의 자녀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집사는 불의했지만 영리하게 대처해서 오히려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까닭은 빛의 자녀인 우리 역시 세상 안에서 영리하게 대처하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하늘 나라의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이 진정 영리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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