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내 탓이오!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11-07 20:17

조회
1793

가해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루카 17,1-6)

 

 

내 탓이오!

 

찬미예수님! 제가 어릴 적에 한참 가톨릭 안에서 “내 탓이오”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것이지만, 지금 우리 교우들이 김수환 추기경님의 자화상 이미지를 차에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예전에 우리 교우들은 차에 ‘내 탓이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 말 위에는 이런 글귀가 덧붙여져 있었습니다. ‘신뢰회복’ 신뢰회복이라고 되어 있고 ‘내 탓이오’라고 되어 있었던 것을 저는 지금도 뚜렷이 기억합니다.

 

그때는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부제 때 저와 지금도 연락하는 20년 지기 친구의 어머니를 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께서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장백의를 손수 만들어 주신 분이십니다. 저는 그분더러 어머니라고 부르는데, 어머니께서는 그날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진짜 모든 탓은 나한테 있는 거야. 천주교는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 사람들은 전부 다 남이 잘못해서 그런 줄 알지만, 모든 원인은 내 안에 있는 걸 몰라서 그렇게 고생하는 거야.”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어려서 보았던 그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뒤통수를 맞은 듯이 멍해졌습니다. 죄는 관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그 죄의 원인은 내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짓도록 부추김을 당했더라도 그 죄를 짓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부추기는 사람들은 참으로 불행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죄를 짓는 당사자보다 그 죄를 짓도록 부추기는 사람들이 훨씬 더 악합니다. 이렇게 부추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마귀입니다. 누군가 죄를 짓도록 부추긴다면 그것은 흡사 마귀가 하는 일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악합니다.

 

그러나 죄를 지은 당사자는 스스로 그 죄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죄를 선택하게 된 원인이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내 탓이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탓을 겸손하게 인정할 때 우리는 그 사람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 용서의 전제가 바로 내 탓임을 고백하는 회개에 있는 것입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 믿음을 더해달라고 청합니다. 우리는 죄 많은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을 조금이라도 믿고 있다면 우리는 용서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회개와 용서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조금씩 변화시키시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내 탓이오’입니다. 그러나 혼동하지 마십시오. 이 ‘내 탓이오’는 자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변화시키실 그 희망에 근거한 ‘내 탓이오’라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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