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눈 뜬 장님
가해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루카 19,41-44)
눈 뜬 장님
찬미예수님! 제가 예전에 어떤 놀이공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함께 간 사람들과 실컷 놀고 있는데, 우연히 공연장 같은 곳에서 마술쇼를 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시간도 딱 맞아서 저는 생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술쇼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쇼를 보기 전까지 ‘마술이야 뭐 다 속임수에 불과한 거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트릭을 쓰는지 잘 지켜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마술사가 마술을 시작하자 화려한 조명과 함께 웬 미녀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마술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지만, 나중에는 마술에는 관심도 없고 저 미녀들은 도대체 어디서 살다 온 사람들일까? 세상에 저런 미녀들은 다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하는 데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되었고, 마술의 트릭이니 속임수니 하는 것에는 이제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술쇼에서 나오면서 ‘아, 시선을 미녀들에게 두게 해서 트릭을 숨겼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도성을 바라보시며 탄식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살아 생전에 눈물을 흘리신 적은 별로 없는데, 그중에 한 번이 바로 이 장면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탄식하십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이 말씀은 예루살렘 도성이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는 말씀입니다. 예루살렘 도성은 왜 이것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어떤 것을 바라볼 때에는 보고자 하는 초점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앞을 보면서 옆을 동시에 볼 수 없고, 옆을 보면서 뒤를 동시에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개를 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마술을 보다가도 미녀에게 눈이 팔리면 마술사를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더 심한 경우 눈을 뜨고 있어도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내가 딴 생각에 빠져 있을 때에는 선생님께서 칠판에 무언가를 썼다가 지워도 무엇을 썼는지 알지 못합니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내 마음이 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예루살렘의 눈에는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감추어져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감추어져 있는 까닭은 그들의 마음이 다른 데에 가 있기 때문이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서도 똑같이 드러납니다. 내가 하느님을 바라볼 때에는 그분께서 나에게 하시는 일들이 무엇인지 곧잘 알아차립니다. 그러나 내가 세상에 정신이 팔려있고,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내 삶에서 하느님의 손길이나 숨결이 없어진 것처럼 여겨집니다. 말 그대로 하느님이 감춰지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보고 있으면서도 하느님을 어디 계신지 찾는 눈 뜬 장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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