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미루지 말라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11-26 11:45

조회
3378

가해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루카 21,34-36)

 

 

미루지 말라

 

찬미예수님! 이제 오늘 저녁부터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교회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항상 수업 중에 갑자기 쪽지시험을 보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물론 이 선생님에 대해서 이미 선배들로부터 정보를 듣긴 했지만, 막상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다 집어넣고 쪽지시험을 본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정보를 듣지 못하고, 그런 데에 관심도 없던 친구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기습적으로 쪽지시험을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평소에 얼마나 충실히 공부를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계기로 평소에도 계속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물론 이런 기습적인 쪽지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충실히 공부를 하던 사람이라도 이렇게 갑자기 시험을 보게 되면 당황하게 됩니다. 하지만 평소에 충실히 공부를 하던 사람이라면 이 시험이 자신에게 덫처럼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시험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하면서 평소에 실컷 놀았던 친구들에게는 이 기습적인 쪽지시험이 자기를 옭아매는 덫처럼 여겨졌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이 말씀은 참으로 희한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들으면, 마치 우리가 그날을 조종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그날이 언제 올지, 어떻게 들이닥칠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그날이 덫처럼 덮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 방법은 지금을 충실히 사는 것입니다. 쪽지 시험으로 말한다면, 평소에 충실히 공부하는 것에 비길 수 있겠죠. 평소에 충실히 공부한다는 것, 그것은 그날 내가 배운 것들을 다시 복습하고,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을 예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저희 창설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신 적이 있습니다. “내일은 불우일세, 미루지 마세. 불우 변엔 뉘우칠 틈도 없어라.” 시험이 아직 멀었으니까 지금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그날이 오면, 그날은 우리를 옭아매는 덫처럼 여겨질 것이고, 우리는 아무리 후회하고 돌이키려고 해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권고하십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이제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충실히 살지 못했다면, 이 대림시기부터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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