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즈카르야의 침묵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12-23 09:43

조회
1327

나해 대림 제4주간 금요일 (루카 1,57-66)

 

 

즈카르야의 침묵

 

찬미예수님! 흔히 피정을 가면 대침묵을 합니다. 이렇게 대침묵을 하는 이유는 말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나를 얽매고 있던 생각이나 말, 그리고 행동마저도 다 끊고 고요한 가운데에서 하느님과 만나고 머물기 위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을 모두 끊어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대침묵을 할 때, 처음에는 많이 힘이 듭니다. 그만큼 나를 얽매고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오히려 시끄럽고 잡다한 생각과 소리들이 더 힘이 듭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그 고요함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즈카르야는 아이가 없어서 늘 하느님께 간절히 청원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청원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천사가 와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것이 이루어졌는데, 즈카르야는 그 순간 의심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요한이 태어나 이름을 지을 때 벌어진 해프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친척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따 즈카르야라고 지으려 했지만, 이미 요한의 탄생 예고 때에 천사는 그 아기의 이름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즈카르야 역시 아기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 즈카르야가 입이 풀려 하느님을 찬미하게 된 것이지요.

 

엘리사벳이 낳은 이 아기는 천사가 일러준 대로 엘리야의 영을 가지고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정하신 아기였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선택된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께서 그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구약시대에 아브람에게 하느님께서 구원의 계약을 맺으시며 그 이름을 아브라함이라 명하셨고, 야곱을 선택하시어 당신께서 구원할 백성으로 삼으시며 그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셨습니다. 그런데 신약에 와서 처음으로 하느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십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 선택된 인물이며 그가 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것이지요.

 

즈카르야가 ‘아기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한 것은 이제 그 아기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전까지 즈카르야는 침묵해야만 했습니다. 그가 의심했기 때문이지만, 여기에는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주님의 길을 닦을 사명을 받은 것은 아기 요한인데, 아비인 자신이 그것을 알고 무언가를 행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길이 준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침묵이었던 것이죠.

 

요한의 탄생으로 즈카르야의 침묵도 끝이 났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님께서 다가오셨다는 것을 기쁘게 선포하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새로 나실 아기예수님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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