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침묵을 이르신 이유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1-12 10:34

조회
1643

나해 연중 제1주간 목요일 (마르 1,40-45)

 

 

침묵을 이르신 이유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한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나병환자는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주님께 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알고 계셨습니다.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과 핍박, 무시와 천대로 인한 소외감 등 정신적인 고통까지도 들여다보셨습니다. 그래서 가엾은 마음이 들어 그 나병환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렇게 하여 이 나병환자의 병이 나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이 나병환자가 주님을 체험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를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그 나병환자의 병을 낫게 하신 뒤에 그에게 단단히 이르셨다고 전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엄명인 셈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주님께서는 이 놀라운 체험을 하게 하신 뒤에 침묵을 엄하게 명하셨습니다.

 

하지만 복음은 그가 주님의 엄명을 듣지 않고 돌아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렸다고 전합니다. 사실 우리 생각에는 주님의 어떤 놀라운 일들이 있다면,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더욱 더 주님을 알고 믿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말하지 않도록 엄하게 이르시니 우리는 그 이유를 깨달아야 합니다.

 

이 나병환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널리 알리고 나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결과가 복음에 전해집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알리는 것이 오히려 예수님께서 드러나게 활동하지 못하게 막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물론 복음은 그래도 사방에서 사람들이 예수님께 모여들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예수님을 우리 가운데 모시지 못하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게 한 결과가 초래된 것입니다. 침묵을 지켰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널리 알리는 바람에 예수님께서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역시 살면서 이런저런 예수님의 체험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도 침묵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조금만 예수님을 체험하더라도 친한 사람들에게 다 퍼뜨립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가십니다. 눈에 보이고 드러난 방식에는 한계가 있지만, 눈에도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도 않은 방식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나병환자가 결과적으로 예수님의 활동을 구속한 셈이 되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를 나무라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도 나무라시지는 않겠지만,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예수님의 활동을 구속하지 않도록 침묵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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