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사랑이 넘치는 혼인잔치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1-16 09:45

조회
1234

나해 연중 제2주간 월요일

제1독서 : 사무 15,16-23  복음 : 마르 2,18-22

사랑이 넘치는 혼인 잔치

 

오늘 복음을 보면,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단식을 두고 걸고넘어집니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왜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할 수야 없지 않으냐?”라고 반문하시며 슬기롭게 대응하십니다. 여기서 혼인 잔치 손님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가리키고, 신랑은 예수님을 가리킴을 알 수 있습니다. 곧, 예수님의 반문은, 당신의 제자들이 당신과 함께, 마치 혼인 잔치 때와 같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만끽하고 있는데, 거기에 고행의 수단인 단식이 어울리겠느냐는 뜻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제자들과의 관계를 ‘혼인 잔치’에 비유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제자들과의 관계가 혼인 잔치처럼 기쁨과 행복에 넘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바로 혼인 잔치의 주인공이신 신랑, 예수님 때문이지요. 예수님이라는 그 존재 때문에, 그분의 넘치는 사랑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 사랑을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제자들에게는 단식이라는 고행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분의 사랑은 어떠한 사랑입니까?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아무런 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시지요. 우리가 경건하게 단식을 하든, 흥청망청 술을 먹든, 우리가 무엇을 하든 간에, 우리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무조건적인 사랑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모른다고 배반하든, 더 나아가 유다처럼 예수님을 팔아넘기든, 우리가 아무리 죄투성이라 할지라도,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우리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완전하신 사랑 그 자체이시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우리가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해서,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단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어두움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그 무한한 사랑의 하느님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꼬투리를 잡으려고 질문하러 온 사람들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단식이라는 외적인 행위에 얽매이는 나약함 때문에, 예수님의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잘 알아보지 못하여서 예수님과 제자들을 단죄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떠한 외적인 일들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그 마음 자체인데 말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안에는 참 빛으로 오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로막는 어두움이 많습니다. 우리 안에는 빛과 어두움, 강인함과 나약함이 공존하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필연적으로, 하느님의 빛으로 어둠을 물리치는 영적 투쟁을 치러야 합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이 그 영적 투쟁의 연속입니다. 끊임없는 여정이지요. 우리는 그 투쟁에서 승리해서 참 평화와 자유를 느끼기도 하고, 투쟁에서 져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 신앙의 여정은 필연적으로 영적 투쟁의 연속이기에, 우리 신앙의 삶에는 굴곡이 없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뜨겁게 체험하였다가도, 인생의 커다란 시련과 풍파를 만나면 예수님께서 내 곁을 영영 떠나신 것과 같은, 깊은 고독과 슬픔에 빠지기도 합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머지않아 신랑이신 예수님을 빼앗기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련의 순간에 우리는 결코 주저앉으면 안 됩니다. 오히려 그런 고통과 시련의 순간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더욱더 강하게 하느님께 매달려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신랑이신 당신을 빼앗길 날이 오면, 제자들도 단식할 것이라고 했지요. 이와 같이 제자들이 예수님을 빼앗길 때에 단식이 필요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고통과 시련의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 자신을 가다듬어 하느님께로 향하는 수련이 더욱 요구되는 것입니다. 단식과 같은 외적인 고행의 행위는 결국, 예수님의 사랑에로 우리의 마음을 집중시키기 위한 수련의 도구로써 필요한 것이지요. 여기서 저의 체험을 잠시 말씀드리면요, 저도 그런 시련의 순간을 겪으면서 ‘과연 하느님이 어디 계신가?’라는 공허감에 빠졌던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련의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하느님께 끊임없이 매달리며 끊임없이 은총을 청하였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반복하다보니, 당장은 고통 때문에 하느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여겨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련을 극복하고 한층 더 성장한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체험을 통해서 저는, 그 시련의 순간에 자신의 어두움과 투쟁하였던 많은 노력들은 자신 안에 온전히 남아 있어서, 자신을 빛으로 변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반드시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어떤 시련을 극복하고 나서 다시 그와 비슷한 시련이 찾아올 때, 전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후에는 그 시련을 훨씬 수월하게 넘어가는 체험을 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 시련의 순간에, 영적 투쟁을 통하여 시련을 어느 정도 극복하여 한 단계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영적 투쟁을 반복함으로써 조금씩, 조금씩 주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모습을 더욱 온전히 닮기 위하여, 매순간 우리에게 찾아오는 영적인 투쟁의 순간에, 온 마음을 다하여 끊임없이 성실하게 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영적 투쟁의 여정은 우리에게 결코 버겁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서, 그 무한한 사랑의 힘으로 걷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여정은 오늘 복음에서처럼, 예수님과의 사랑이 넘치는 ‘혼인 잔치’와도 같습니다. 그분 사랑으로 시작해서 그분 사랑으로 끝나는 지극히 복된 여정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받아주시고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시는 예수님과 함께, 그 여정을 다 같이 충실히 걸어 나가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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