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시작과 끝과 과정
설
제1독서 : 민수 6,22-27 제2독서 : 야고 4,13-15 복음 : 루카 12,35-40
시작과 끝과 과정
오늘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입니다. 설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많은데요, 그 중 비교적 타당성이 커 보이는 것은 ‘낯설다’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견해입니다. 묵은 해를 떨쳐버리고, 새해의 첫 날을 맞이하기 때문에 느낌이 낯설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설날은 새해의 첫 날로서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을 나타냅니다. 그러기에 오늘 설날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이 새롭게 느껴지고, 또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즐겁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해 첫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 설레는 날에 봉독되는 복음 말씀이, 세상 종말에 관한 다소 무거운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에 항상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온다’는 것은 세상 종말 때 이루어지는 예수님의 재림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재림하시어 우리를 당신의 사랑으로 심판하시는 공심판의 때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한 해를 시작하는 새로운 ‘시작’의 날에 세상 종말의 마지막 ‘끝’에 관한 말씀이 봉독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작과 끝을 알게 되면 그 과정도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곧,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어떻게 끝나게 되는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방향과 방법도 잘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끝나게 됩니까? 우리의 인생은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해서 하느님으로 끝나지요. 즉,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어 세상에 나왔다가, 하느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타나는 예수님의 재림은 바로, 우리가 하느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복된 순간을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주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주님으로 끝나기에, 우리 삶의 과정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주님과 함께 살아가야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이 주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주님으로 끝난다는 것은, 우리가 한평생 주님과 함께, 주님의 힘으로 살아가야 함을 말해줍니다. 곧, 우리의 삶의 주인이, 말 그대로 우리의 주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이신 주님을 우리 삶의 가장 중심에 두고, 그분 뜻대로 살아갈 때 진정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주인이 오기를 깨어 준비하고 있는 종들의 모습은, 주님을 삶의 가장 중심에 두고 주님을 최우선으로 하여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을 나타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님을 가장 중심에 두고 주님을 최우선으로 하여 살아가지 않는다면, 세상의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려, 주님이 오시기를 깨어 준비하기가 어렵겠지요.
오늘 제2독서 야고보서의 말씀에 그것이 잘 나타납니다. 야고보 사도는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라는 삶을 살아야 함을 말하는데요. 이 둘은 얼핏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전자와 같은 삶을 살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눈으로 주의 깊게 바라보면, 이 둘에는 엄청난 차이가 숨어있습니다. 바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가 ‘무엇을 가장 내 삶의 중심에 두고, 무엇을 최우선으로 하여 살아가는가’라는 문제입니다.
먼저,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하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겠습니까? 주님보다는 돈을 더 자기 삶의 중심에 두고 더 우선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그런 사람들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세상 풍파에 쉽게 휩쓸려 정초 없이 떠다니는 조각배와도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삶의 중심을 쉽게 잃어버리고 쉽게 방황하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야고보 사도는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라는 삶을 살아야 함을 피력합니다. 곧, 주님을 내 삶의 가장 중심에 두고, 주님을 최우선으로 하여, 주님의 뜻을 가장 먼저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리하여 주님 한 분만을 자신의 삶의 튼튼한 기반으로 하여, 주님 한 분께만 의지하여, 언제나 주님과 함께, 주님의 힘으로 모든 일을 하라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삶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주님을 삶의 가장 중심에 두고, 주님을 최우선으로 하여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고 세상의 물질이나 돈이나 명예 등을 더 중심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우리 삶과 그 행복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주인이신 주님께 우리의 참 행복이 달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주님을 우리 삶의 가장 중심에 두고, 무엇보다도 먼저 주님께 의지하여 주님의 힘으로 살아간다면, 돈 버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더 쉽게,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만사형통(萬事亨通)’이지요. 주님께서는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다른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참조)라고요. 만약 지금 여러분들의 삶이 힘들고 고달프게 느껴지신다면, 진지하게 ‘내가 무엇을 가장 중심에 두고, 최우선으로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사실 주님을 내 삶의 가장 중심으로 하여, 주님께 온전히 의지하여 살아간다면, 어떠한 고통과 시련이 찾아와도 주님의 힘으로 모두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그 극심한 박해의 고통 속에서도, 주님 한 분께만 의지하여, 주님의 힘으로 그 수많은 고통들을 이겨내고, 아주 용감히 순교까지 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주님의 힘은 그토록 위대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새해 첫 날 새벽부터 성당에 나와서, 미사를 참례하고 기도하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 삶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단지 성당에 나와서 미사 드릴 때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서 주님을 가장 중심에 두고, 주님을 최우선으로 하여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날에, 그러한 다짐을 굳건히 하며, 주님과 함께 힘차게 새 출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주인이신 주님께 우리의 참 행복이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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