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노예와 자유인의 차이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1-30 00:08

조회
1149

나해 연중 제4주간 월요일

제1독서 : 2사무 15,16-23 복음 : 마르 5,1-20

노예와 자유인의 차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게라사인들의 지방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할 것처럼 꾀 드라마틱합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의 파괴적이고 무서운 행동이라든지, 더러운 영이 예수님께 돼지 떼에게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하여, 돼지 떼에 들어가서 돼지들이 호수에 빠져 죽는 내용 등, 전체적인 내용이 우리의 일상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복음 내용을 통하여 우리의 내적인 삶을 잘 비추어보고 성찰해보면, 이러한 드라마틱한 내용들이 다름 아닌, 우리의 내적인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무덤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무덤은 사람들과 떨어진 황량하고 고립된 공간입니다. 그 사람은 아마도 이웃들과의 관계로 인하여 상처를 심하게 받아,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되어 살아갔을 것입니다. 상처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 안에 갇혀 이웃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을 테지요.

 

  두려움! 그렇습니다. 이 두려움이 바로 우리 안에서 작용하는 악의 모습입니다. 자신이 상처받고 고통당하고 죽음을 겪게 되지 않을까 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더러운 영, 곧 악이 발생합니다(히브 2,14-15 참조). 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 안에 갇혀서 이웃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따라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두려움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 바로 죄악입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예수님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예수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모두 일상의 삶에서, 이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영에게서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이웃들에게 상처받거나 무시당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생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건강에 대한 걱정과 빨리 죽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등등, 우리는 이러한 여러 가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 안에 갇혀서 이웃들에게 사랑을 마음껏 실천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도 오늘 복음에서처럼, 이웃들에게 상처받거나 무시당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때문에, 이웃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이웃들에게 잘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또는 그 두려움이 이웃에 대한 험담이나 폭력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예를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풍요로운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또는 앞으로의 생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이웃들과의 나눔에 많이 인색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풍요함을 이웃들과 나누는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자신 안에 쌓아만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쌓아둔 것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곪아 썩어 좀이 생기겠지요. 곧, 자신의 영혼이 병든다는 말입니다.

 

  즉, 두려움의 결과는 죽음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해서 스스로 고립되어 메말라 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처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며 죽어가는 것입니다. 곧, 죽음의 악순환, 죽음의 사슬이지요.

  그렇다면 이 죽음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하겠습니까? 죽음의 반대말이 무엇입니까? 생명이지요. 바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의 힘으로 죽음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분 앞에 우리의 모든 것을 보여드리고 내어 맡겨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러는 것이 곧, 기도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그 죽음의 영이 ‘군대’처럼 많아 그 힘이 너무나도 컸기에, 자신과 반대되는 영원한 생명의 예수님의 그 커다란 권능을 대번에 알아보고, 예수님께 마주 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당신의 커다란 생명의 힘으로, 죽음의 영을 쫓아내 주실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온갖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나약한 우리이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빠진 채 머무르지 말고 곧바로, 항상,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께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처럼 예수님 앞에 나아가서, 예수님의 영원한 생명의 힘으로 죽음의 영이 나간 그 사람에게 일어난 변화는 어떠했습니까? 예수님과의 관계를 완강히 거부했던 바로 그 사람이, 이제는 오히려 예수님께 같이 있게 해 주십사고 청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의 힘을 통하여 죽음에 대한 온갖 두려움을 몰아내고, 예수님의 사랑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신 안에 갇혀 무덤에서 혼자 고립되어, 마치 노예처럼 족쇄와 쇠사슬을 차던 사람이, 이제는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해주신 일들을 사람들에게 선포하러 다니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이웃들에게 전하러 나간 것이지요.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거부하여 혼자 고립되어 지내던 사람이, 이제는 사랑을 실천하러 이웃들에게 자신있게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예수님의 생명의 힘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 안의 감옥에 갇혀 종살이를 하던 노예를, 생명의 힘으로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신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복음 말씀은, 단지 그 정도가 매우 심했을 뿐이지, 우리들이 일상에서 이웃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겪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반영해주며 삶의 교훈과 길잡이가 되는 성경 말씀을 통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복음 말씀이 우리에게 전해주듯이,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온갖 두려움들로 인하여, 자신에게 갇혀 노예처럼 살아가서는 결코 안되겠습니다. 오히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하여, 예수님의 영원한 생명의 힘으로, 그 군대처럼 많은 두려움들을 물리치고, 이웃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아낌없이, 마음껏 실천하는 자유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러한 은총을 청하며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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