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내 탓이오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2-07 18:08

조회
1213

나해 연중 제5주간 수요일 (마르 7,14-23)

 

 

내 탓이오

 

찬미예수님! 좀 오래 된 영화이긴 합니다만, 예전에 제가 인상 깊게 본 영화 중에 ‘잔다르크’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혹시 보신 분 계시나요? 잔다르크는 아르스의 성녀 요안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잔다르크는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음성을 듣고 영국과의 백년 전쟁 때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전투 중에 영국군에게 넘겨졌고, 1431년 재판에서 마녀로 낙인이 찍혀 화형을 당했습니다. 그녀가 성인품에 오른 것은 그녀가 화형에 처해진지 500년이나 지난 1920년이었죠.

 

제가 본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그녀가 감옥에 갇혔을 때 하느님과 나눈 이야기였습니다. 스스로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정당하다고 여겼던 그녀는 바로 이 장면에서 그동안의 자기 모습을 성찰하고 결국 스스로 이기적이었고, 잔인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는 하느님께서 직접 그 죄를 사해주시는 것으로 이 장면은 마무리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경우 잘못을 했을 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각해냅니다. 내가 심적으로 불안했다든지,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다든지, 혹은 주위 환경이 나로 하여금 올바로 살 수 없게 만들었다든지, 내 한계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합리화를 설명하게 됩니다. 제가 영화에서 본 잔다르크의 경우에는, 자신의 모든 행동이 하느님의 계시였다는 것이 그녀의 합리화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잘못을 하게 된 것은 밖의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잔다르크도 그 동안의 모든 일들을 성찰한 끝에 스스로 죄를 지었고, 이기적이었고, 잔인했다고 주님께 고백합니다. 결국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악한 것들을 인정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우리 중에 어느 누구도 분심잡념이 들지 않거나 사욕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살아 있는 동안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하느님의 구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성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만큼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나쁜 생각, 나쁜 마음으로 내 이웃들과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가입니다. 세상에 그 어디에도 이러한 나쁜 생각이나 나쁜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인들이 공경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악한 생각이나 나쁜 마음들이 없는 무결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악한 생각과 나쁜 마음에 동조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 그리고 성령께서 이끄시는 길을 가고자 하는 열정으로 죽기까지 하느님께 순종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죄를 지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우리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악한 생각과 나쁜 마음의 실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길 원하면서도 계속해서 그 악한 생각들을 어둠 속에 숨겨두고 살게 될 것입니다. 이 악한 생각과 나쁜 마음에 하느님께서 비추시는 자비로운 빛을 비출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하느님 앞에서 솔직하게 ‘내 탓이오’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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