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봉헌의 기쁨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5-18 03:27

조회
1289

2012년 나해 부활 제6주간 금요일

독서: 사도 18,9-18 요한: 16,20-23ㄱ

 

 

봉헌의 기쁨

 

늘 말씀의 전례에서는 우리에게 기쁨의 의미에 대해 얘기합니다. 기쁨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해야 하고, 더 나아가 완전한 기쁨을 향하라고 하지요. 우리가 놓치고 살기 쉬운 기쁨의 의미를 살펴보려 합니다.

 

세상에는 많은 기쁨이 있습니다. 생활이 풍족한데서 오는 기쁨이나, 남들보다 지식이 많은데서 오는 기쁨, 또 남들과는 다르게 건강하기 때문에 오는 기쁨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쁨들은 모두 불완전한 기쁨입니다. 왜냐하면 비교로써 생겨난 것들이기 때문이지요. 나보다 못한 이들을 보면서 기뻐하는 것은 나보다 뛰어난 이들과 비교하는 순간 고통으로 바뀝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에 가졌던 기쁨이, 단순히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라리 종살이 시절이 낫다고 모세에게 따졌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다면 주님을 따르는 우리들에게 보다 완전한 기쁨은 무엇이 있을까요? 복음의 내용처럼 해산할 때 산모의 지독한 산고를 기쁨으로 완전히 바꾸는 아이의 탄생이나, 수많은 박해 중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기쁨으로 두려움을 이겨냈던 사도들의 모습, 그리고 결정적으로 메시아라고 믿었던 예수님께서 비참하게 돌아가시고 난 뒤 부활하셨을 때에 제자들이 기쁨에 가득 찼던 순간이 바로 완전한 기쁨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쁨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고통의 형태가 되었든, 아니면 슬픔이나 근심의 형태가 되었든 간에 기쁨을 준비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준비는 때로 우리를 너무 힘들게 만들어서 뒤이어 올 기쁨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고통과 슬픔의 자리에서 점점 더 깊게 파고들지요. 이렇게 우리는 약한 존재기 때문에 우리 삶에서 기쁨을 주시는 주님께 의탁하고 봉헌해야 합니다. 이것은 인생에서 겪는 고통의 의미를 기쁨으로 생각하고 순응해야 한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주님께 의탁하면 고통은 고통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바로 볼 수 있어서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거짓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남들과의 비교로 생겨난 왜곡된 기쁨이 아닌, 진실한 기쁨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주님의 말씀처럼 비록 세상의 기준에서는 남보다 못하더라도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진정한 기쁨을 얻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주님께 내 삶을 봉헌하는 일은 한 번에 이룰 수 없습니다. 봉헌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저 역시 부끄럽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순간순간 삶이 힘들다는 이유, 또 세상의 것이 더 재미있다는 핑계로 우리는 주님을 잡은 손을 놓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잡지요. 이런 반복이 태초부터 구약과 신약의 시대를 지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주님 때문입니다. 우리가 손을 놓거나 멀리 떨어지려고 할 때에도, 주님께서는 단 한 번도 우리 손을 놓지 않으십니다. 사실 우리 삶을 주님께 봉헌하기 전에 이미 주님께서는 스스로의 생명까지도 내어놓으실 만큼 우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신 것입니다.

 

내가 가진 어떤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봉헌할 때에 오는 기쁨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주님께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봉헌의 의미와 그 진정한 기쁨을 생각하는 매순간이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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