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첫째와 꼴지의 채점기준…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5-28 21:42

조회
1018

연중 8주간 화요일

 

1. ‘시험’의 사전적 의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험’이라는 말은 세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치는 시험이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지로 증험(證驗)하여 보는 것입니다. 자동차 성능 시험, 안전 시험이 그것입니다. 세 번째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위하여 떠보는 것이나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2. 성경에서 나오는 ‘시험’의 두가지 의미

 

  성경에서도 ‘시험’이라는 말은 자주 나옵니다. 시험이라는 말로 성경을 검색해보면,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시험의 역사인 것처럼 많이 나오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시험의 종류는 두가지 뿐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하는 시험과 인간이 하느님께 하는 시험이 그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하는 시험은 처음에 이야기한 시험의 사전적 의미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됨됨이나 마음을 알기 위해서 떠보거나,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을 알기 위해서 이사악을 바치라고 하거나, 풍족한 땅으로 인도한다고 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로 이끌고 가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시험은 인간의 마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곧, 누군가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그 사랑으로 인도하는 것이 이 시험의 목적입니다. (잠언 17, 3; 역대 하 32, 31; 유딧 8,25; 유딧 8,27 등등. 성경에서 시험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무수히 많은 구절들이 나온다. 그러나 유딧기는 그 자체가 하느님의 시험이라는 주제를 잘 다루고 있다고 보여진다. 필독을 권한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베드로에게 물었던 세 번의 질문,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야 말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하는 시험의 결정판인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만이 시험하는 자는 아닙니다. 성경을 보면 인간도 하느님을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하느님께 시험한다고 할 때 사용되는 시험은 처음에 이야기한 시험의 세 번째가 아닌 첫 번째와 두 번째 의미입니다. 곧, 우리가 세상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시험의 의미입니다. 누군가가 얼마나 재능과 실력이 뛰어난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은 얼마나 되는지를 시험해보는 것입니다. 이 시험의 최종 목적은 ‘누군가가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며 쓸모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 목적입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서 물과 빵과 고기를 얼마나 줄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이 그것이고, 악마가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에 놓아두고 몸을 던져 하느님께서 그를 지켜주시겠다는 약속이 사실인지 시험해보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시험은 얼마나 기능적이며, 무엇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목적입니다.

 

 

3. 첫째와 꼴찌

  오늘 예수님께서는 첫째와 꼴찌가 뒤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하시는 것은 이 세상과 하느님의 채점기준이 틀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 얼마나 쓸모가 있으며, 효율적인 행위를 해주느냐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중요하게 보시는 것은 누군가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느냐입니다.

 

 

  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예수님에 대한 평가입니다. 인간을 구원하는 메시아가 기적과 여러 가지 표징을 보여주고, 로마제국의 박해에서 자신을 구원하며, 무엇인가 먹을 것과 생활할 것을 보장해주는 세상의 강대한 왕처럼 생각했던 유대인은 결국 예수님의 십자가 속에서 자기 자신조차 구원하지 못하는 무능한 거짓 예언자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십자가 상 죽음에 이르기까지 성부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용서로 일관하신 그분의 마음을 본 사람에게 예수님은 참된 구원자이며, 하느님의 사람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바오로 사도 역시 코린토 1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4. 다가오는 채점의 시간

   우리는 이미 이 세상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또 ‘세상 안에 있는 자신’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죽기까지 우리는 누군가의 평가로부터, 세상의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평가에 따라서 때로는 우리 삶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죽음 이후에 하느님으로부터 받을 채점의 시간을 향해서도 달려가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성공한다 해도 그 채점표는 하느님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채점기준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성적표를 들고 집으로 가는 날에는 언제나 두려움과 환희가 교차하였습니다. 성적이 좋고 나쁘고에 따라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워질 수도 있고, 무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과연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러분의 발걸음은 지금 얼마나 가볍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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