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살아있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
나해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제1독서 : 에제 1,2-5; 24-28ㄷ. 복음 : 마태 17,22-27
살아있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
오늘 복음의 초반부를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두 번째로 예고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몹시 슬퍼합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셔서 제자들 곁을 떠나시게 되는 것이 두려웠고, 또한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자신들이 겪어야 고통들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자들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고통과 죽음까지 감수하는 메시아의 참된 모습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 나약했던 것입니다.
그런 나약했던 제자들 중에 하나인 베드로는, 성전세를 거두는 사람들의 독촉에 역시 두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가장 기초적인 생계 수단도 다 버리고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가난한 삶을 시작했기에, 예수님 일행은 제 때에 성전세를 낼 형편이 안 됐을 겁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과 함께 성전세를 안내고 있다가는, 사람들에게 끌려가서 고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가난한 삶을 고집하셔서 제자들에게 그런 고통을 주시는 예수님이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르는데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말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성전세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전능하신 신성을 지니신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호수에 가서 낚시를 해서 먼저 올라오는 물고기 입에서 스타테르 한 닢을 꺼내서, 성전세로 내라고 하십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황당무계한 말씀입니다. 스타테르 한 닢은 통상적으로 일꾼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액수라고 합니다. 어부였던 베드로는 하루 종일 물고기를 잡아도 쉽게 그러한 돈을 벌 수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약한 베드로의 속마음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베드로를 시험해 보시려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데는 자신의 뜻을 굽히고 자신을 비우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함을 알려주고 싶으셨을 겁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처음에 의심도 많이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 낚는 어부 되게 하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생계 수단과 부모와 가족들까지 뒷전으로 하고 예수님을 따랐던 베드로였습니다. 분명 자신의 뜻을 비우는 고통을 감수하고, 예수님의 뜻을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을지라도, 일단 예수님의 말씀대로 실천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물고기에서 돈을 발견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겁니다. ‘아! 예수님의 말씀이 맞았구나! 예수님은 정말 참된 분이시고, 그분께는 우리에게 생명과 구원을 주는 살아있는 말씀이 있구나!’라고 깨달았을 겁니다. 예수님의 뜻이 상식까지도 뛰어넘는 참된 신비임을, 예수님께 우리의 참 행복과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 있음을,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베드로는 죽음의 두려움에 휩싸여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하기도 하였지만, 깊이 회개하고서는 온갖 고통과 수난을 이겨내고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기까지, 예수님의 뜻에 순종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베드로 사도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물고기 안에서 얻게 되는 돈이 바로 그 구원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온갖 고통들을 감수하고 그 뜻에 온전히 순종하였을 때 얻는 무상의 은총입니다. 현세의 삶에서, 그리고 또한 하느님 나라의 삶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상속받게 될 성령의 “몫”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순종의 모범을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베드로 사도보다, 먼저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돌이켜 보면,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 임금들은 자기 자녀들에게서가 아니라 남들에게서 세금을 거둡니다. 그러한 이치대로라면, 온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자녀들인 예수님과 제자들은, 당연히 세금을 면제받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하느님과 동등한 신성을 지니신 예수님께서는 성전의 주인으로서, 성전은 곧 당신의 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바로 그런 분께 성전세를 내기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전능하신 신성으로, 모든 것을 바꾸실 수 있는 능력을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똑같은 인성을 지니신 인간으로서, 지극히 겸손하게 인간에게 순종하시어 성전세를 기꺼이 내셨습니다. 히브리서 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만,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하는 것을 배우셨습니다(히브 5,8 참조). 곧 상대방에게 순종하는 데에는, 자신의 뜻을 비우는 고통이 따르는데,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고통을 일생을 통해서 우리와 똑같이 겪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셨기 때문에, 그 하느님 아버지의 힘으로 온갖 고통과 수난들, 많은 사람들의 천대, 모욕과 무시들을 극복하시고 이웃들에게도 순종하실 수 있으셨습니다. 그럼에 따라 온 세상에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을 전해주시는 당신의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하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하느님께 순종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들어서 하느님의 깊은 뜻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 말씀을 꾸준히 읽고 그 말씀으로 기도하며,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성경을 하루에 20분씩만 매일 규칙적으로 읽으면, 1년에 1번을 다 읽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씀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는 생명의 말씀”입니다.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께서 성령을 통해서 전해주시는 살아있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그때, 그때마다 살아있는 생명의 말씀으로 계속, 계속 새롭게 다가옵니다. 계속 깊이, 깊이 말씀 안으로 들어가서, 여러 가지 깊고 풍부한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됩니다. 성전세를 낼 수 있는 돈뿐만 아니라, 온갖 영적인 금은보화를 풍부하게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베드로 사도께서 하셨던 말씀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요한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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