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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나누기

모든 성인 대축일(마태 5,1-12ㄴ)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11-02 10:59

조회
1043

 모든 성인 대축일 (마태 5,1-12ㄴ)

 

진정한 성공

 

강론을 하기에 앞서서 먼저 여기 오신 모든 분들에게 축일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축일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의 축일이기 때문에 오늘 여기에 모이신 모든 분들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 전날 밤에 할로윈 축제를 지냅니다. 할로윈은 모두 잘 알고 계시죠? 미국에서는 이 할로윈이 어린이들에게 큰 축제로 알려져 있죠.

 

 

한국의 103위 성인들 중에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은 김대건 신부님이십니다. 갑자기 김대건 신부님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한국 최초의 사제이시자, 한국의 성직자들의 수호 성인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아, 우리는 많은 성인 가운데에서도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시는 김대건 신부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김대건 신부님을 참으로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김대건 신부님의 업적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김대건 신부님은 실패자에 불과합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으셨지만, 이 한국 땅에 들어와서 사목활동을 하신 것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중국에서 성직자들이 들어올 항로를 개척한 사명을 띠고 활동하다가 그 일을 완수하지도 못한 채 순교를 하신 것입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할 일을 마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서품을 받고 와서 어려움에 처한 신자들에게 그렇다 할 어떤 활동을 벌이지도 못한 실패자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활동의 측면에서 본다면 최양업 신부님께서 더 많은 활동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김대건 신부님을 성인으로 공경하는 것입니까?

 

 

성인으로 공경하는 것은 어떤 인간적인 업적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보듯이, 슬퍼하고,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도 김대건 신부님의 사목 활동은 대단히 미미한 것이었습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때에 사형을 당하셨으니, 그동안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김대건 신부님과 마찬가지로 성인들 가운데에는 순교자들이 무척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103위 성인들은 모두 순교성인들이고, 해외의 많은 성인들 중에서도 순교자들이 많습니다. 교회박사로서 성인이 되신 분들도 많지만, 이런 분들 역시 이단과의 싸움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순교로 성인이 되신 분들은 박해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의 개념을 뒤바꿔주십니다. 인간적으로 성공하는 것과 상관없이 당신 때문에 모욕을 받고, 박해를 받는 이들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선언해 주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고자 할 때에 겪었던 어려움들은 우리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겪는 순간이 우리에게 참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옥중에서 신자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교형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내려오시어 직접 수 없는 괴로움을 당하셨다는 것을 아십시오. 그의 괴로움으로 그가 당신 교회를 세우셨으니, 이 교회도 십자가와 고난 가운데에서 자라야 하는 것입니다. … 그러나 세상이 교회를 공격하고 파괴하기 위하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것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 재앙으로 인하여 겁을 내지 마시고, 용기를 잃지 말고 천주를 섬기는 데에서 뒷걸음을 치지 말며, 오히려 성인들의 뒤를 따라 교회의 영광을 더하고 여러분이 주님의 참된 군인이고 선민이라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비록 여러 사람일지라도 여러분의 마음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애덕을 잊지 마시고, 서로 참고 서로 도우며 천주께서 여러분을 불쌍히 여기실 때를 기다리십시오.” 이 편지의 내용처럼 교회는 지금껏 고난과 박해 가운데에서 자라왔지만, 그것이 교회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오늘 모든 성인들이 증명해주고 있고, 가깝게는 우리 순교 성인들께서 증명해주고 계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행복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성공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참된 행복이라는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보여주셨고, 그 길을 따랐던 모든 성인들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길이 때로는 고통스럽고 힘들지라도 우리는 여기에 참된 행복이 있음을 믿기에 그 길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이 길에 그 참된 행복이 있음을 믿기에 우리 한국의 103위 성인들께서는 기꺼이 죽음으로 나아가신 것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들의 대축일을 맞이하는 우리는, 그리스도께 나아감에 있어서 어떤 성공이나 업적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말씀처럼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추대되면서 자라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비록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이런 것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오늘 제2독서에서 이야기하듯이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께 희망을 두는 여러분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비록 지금 이렇다 할 성공이나 업적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그리고 나의 믿음이나 신앙생활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바로 참된 행복의 증거입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성인들의 대축일을 지내는 오늘, 내가 지금 겪는 어려움과 고통의 의미를 다시금 묵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의 성공을 위한다면 이것이 큰 장애가 되겠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려고 하시는 참된 행복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더없이 큰 은총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성인들의 삶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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