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스스로 기름을 살 수 없는 때
나해 위령의 날 셋째 미사 (마태 25,1-13)
스스로 기름을 살 수 없는 때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한 위령의 날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위령의 날을 맞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열 처녀의 비유를 들려주셨습니다. 물론 이 비유의 뜻은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오늘 이 비유에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또 다른 교훈이 숨어 있습니다.
이 열 처녀들은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기름을 준비하지 않고 등만 들고 있었고,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준비하였습니다. 이 처녀들의 차이는 이것뿐이었습니다. 신랑이 늦어지자 어리석은 처녀들이나 슬기로운 처녀들이나 다 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이라고 해서 등이 꺼지지 않게 계속 깨어 있으면서 불을 지킨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신랑이 왔을 때 사정은 달라집니다. 복음에는 어리석은 처녀들의 등이 꺼져가는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 슬기로운 처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니 기름을 나누어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어리석은 처녀들은 기름을 사러 갑니다.
그 사이 신랑이 와서 혼인 잔치가 시작되고 문이 닫힙니다. 어리석은 처녀들이 왔지만, 신랑은 모른 척합니다. 이 비유에서 신랑이 예수님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비로운 예수님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어리석은 처녀들이 실수한 것이라고는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것뿐인데, 그걸 가지고 문전박대하고 모른 척할 수가 있습니까? 그것도 자신의 신부로 선택한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은 예수님께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눈감아 주시지만, 그 때가 되면 지금처럼 주님의 자비를 구할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도 그러한 처지에 있습니다. 신랑이 오기 전에는 기름이 부족하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기름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랑이 왔을 때에는 부족한 기름을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해서 얼마든지 보속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속을 다하지 못하면 연옥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우리는 스스로 보속을 할 수가 없고, 다만 우리가 받아야 할 벌을 다 받을 때까지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거기서는 지금처럼 주님의 자비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연옥영혼들에게는 산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연옥영혼들을 위한 전대사를 우리가 얻어 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옥영혼들은 이미 자기 죄에 대한 보속을 스스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대사는 그들이 연옥에서 받아야 할 벌을 모두 면해주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입니다. 우리의 작은 수고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구원의 길로 이끔과 동시에, 우리 역시 그러한 처지에 놓이게 되기 전에 슬기로운 처녀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끊임없는 통회, 정개, 보속으로 주님께서 다시 오실 날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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