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박취득 라우렌시오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3-12-03 11:03

조회
1301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여러분께 처음 인사 드리게 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OOO 수사 신부입니다익숙한 얼굴 박 루까 신부님이 한 달 동안 필리핀에 가게 되셨어요그래서 부득이 하게 제가 오늘 이 미사를 집전하게 되었답니다.

 

오늘 우리가 시복 시성 미사를 통해서 함께할 하느님의 종은 박취득 라우렌시오입니다박취득 라우렌시오는 30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젊은이였는데요그 기상과 기백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지황 사바의 교리를 배워 입교한 박취득은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구요. 1791년의 신해박해 때 라우렌시오는 고향의 여러 교우들이 체포되어 옥에 갇히자자주 그들을 찾아가 위로하였다고 합니다그러던 중 하루는 관장 앞으로 가서 무죄한 사람들을 사납게 매질하고 여러 달 동안 옥에 가둔다는 것은 무서운 죄가 아닙니까?”라고 항의하다가 체포되어 모진 고문과 박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공동체에 오랜 시간 살면서 매번 드는 갈등들이 있습니다교회가 정한 규칙과 공동체 내부에서 서약한 규율과 규칙들안에서 생겨나는 갈등이지요.

한국 사람들의 특징 아시죠엄청난 특징이 하나 있는데 동양과 서양이 교묘하게 결합되어 이상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겁니다그 이상한 특징이란학교 교육 안에서는 철저하게 서양식 합리화 교육을 받는데 집에 돌아오면 좋은게좋은거다인정을 배워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동양의 생활 교육이 있다는 것입니다이렇게 되니 지켜야할 규율과 규칙 앞에서 고민하게 되고 갈등하게 되고 규율과 규칙 보다는 인간이 우선이라는 합리화로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후배였을 때 는 선배의 그런 모습이 보기가 싫었고제가 선배가 되니 후배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규율과 규칙의 잣대로 들이대면서 이야기 하자니 이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하는데 앙금이 생길 것 같아 못하겠고그대로 눈뜨고 보자니 수도 생활에 큰 오점을 남길 것 같아 안쓰럽고 이런저런 갈등 하면서 결국엔 이야기 못 할 때가 많습니다.

 

서양의 합리적인 교육을 받아 보지 못한 박취득 라우렌시오는 오늘 당당하게 관아에서 무죄한 사람들을 사납게 매질하고 여러 달 동안 옥에 가둔다는 것은 무서운 죄가 아닙니까?”라고 고백합니다서양과 동양의 교육을 넘어서는 진리에 대한 외침이고 정의에 대한 울부짖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취득 라우렌시오는 알고 있었겠지요나의 이 발언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오고 어떤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인지 말입니다.

 

형들의 쓴 웃음과 동생들의 뒷 담화 앞에서 진리를 말하고 정의를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당당하지 못하는 저를 바라보면서 오늘 박취득 라우렌시오를 생각합니다세상의 부조리와 국가의 엄청난 잘못 앞에서 도청과 감시 그리고 부끄러운 제 삶이 드러날까봐 정의로운 운동에 동참하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오늘 박취득 라우렌시오를 떠올립니다.

 

이후 박취득 라우렌시오는 여러 달 동안 옥에 갇혀 있으면서 자주 영장 앞으로 끌려나가 형벌을 받아야만 했습니다옷이 벗겨진 채로 진흙 구덩이에 갇혀 밤새껏 추위와 비바람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고통을 이겨냈습니다쓴웃음과 뒷담화가 옷이 벗겨진채 진흙 구덩이에 갇히는 것 보다는 날 것 같습니다. “지도 잘 살지 못하는 게 정의는 무슨…”이라 말하며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찍히는게 것이 밤새 추위와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이 하는 것 보다야는 따뜻할 것 같습니다.

 

형장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낸 박취득 라우렌시오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박취득 라우렌시오가 온갖 고통을 이겨낸 그 이유와 온갖 두려움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저를 변화시켜줄 단 하나의 정답을 만나게 됩니다.

 

옥에 갇힌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어떻게 해야 천주의 은총을 얻을 수 있는지 궁리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잠결에 십자가를 따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보였습니다이 발현은 약간 희미하기는 하였지만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 체험

 

시대를 초월하여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을 체험 하는 것이 박취득의 힘이며 우리의 힘이 될 수 있습니다저 멀리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웃으며 지상을 내려다보시는 할아버지 하느님이 아니라 그가 구덩이에 있을 때 함께 구덩이에서 고통을 받으신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을 때 함께 추외와 배고픔을 나눠 주신 제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저하고 함께 두려워 하고 계시는 살아 있는 하느님의 체험이 박취득의 힘이며 순교의 열매의 자양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두려움이 하느님 체험으로 완성될 때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원하는 정의와 진리는 한걸음 한걸음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어지러운 시대는 신앙을 요구 합니다이 어지러운 시대는 꼬박 꼬박 미사만 나가 무늬만 신앙으로 걸쳐 입는 신앙인이 아니라 하느님과 대화 하는 신앙하느님을 내안에 모시는 신앙하느님으로 인하여 겁내지 않고하느님 때문에 자신 있게 정의를 부르짖는 신앙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결심이 순교의 정신이며 이 결심을 이 시대 안에서 실천해 나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순교의 삶이며 박취득 라우렌시오의 삶을 모범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결심하고어떻게 살아가며어떤 신앙인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침묵중에 묵상하며 일주일의 삶을 신앙의 삶으로 새롭게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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