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부활 팔일축제 내 금요일
+ 그리스도 우리의 빛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요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들은 “부활을 축하 합니다” 하며 서로에게 더욱 기쁘고 살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저 또한 예수님의 부활 덕분에 바쁜 일상에 소홀했던 지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소소한 안부를 챙기며 더욱 예수님의 부활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드디어 제자들은 티베리아스 호수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제자들 자신 보다 더욱 사랑했던 예수님을 만나는 이 순간은 복음에서도 보여주듯이 한 걸음에 달려가는 베드로의 모습처럼 감동적이며 극적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기쁨을 과한 축제나 요란한 모습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재회하지 않습니다. 그저 잡은 고기를 함께 나누며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과 같이 평범한 식사를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제자들의 모습을 보다 깊이 바라보려 합니다.
얼마 전 하루 일정으로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었습니다. 기차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출출한 배를 달래려 분주하게 먹을 만한 집을 찾고 있었습니다. 기차역 근처 사람이 한산한 분식집 한 곳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음식이 늦지 않게 나오겠다는 기대를 갖고 들어가 라면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혹시나 늦어 기차를 놓치는 불상사를 겪지 않으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급한 표정과 눈빛으로 아주머니를 바라봤고 양손을 만지면서 가장 불안해 보이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저의 표현이 부족하였는지 아주 여유롭게, 정성을 다해 라면을 끓이셨습니다. 그런 정성스런 모습에 재촉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여 부족한 연기를 그만 두고 빨리 먹고 나가야 겠다는 마음으로 라면을 먹었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라면과 함께 먹는 김치가 무척이나 맛있었습니다. 김치가 부족할 듯하여 더 달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너무도 여유 있는 아주머니의 손길을 믿을 수 없었기에 그저 빨리 먹고 나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먹고 있는데 순간 아주머니께서 또 다른 열무김치를 가져다 주시며 “총각, 김치 잘 먹어서 너무 보기 좋네, 맛있나봐, 많이 먹고 가” 라고 이야기 하시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가셨습니다,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급한 표정과 불안한 태도에도 전혀 반응이 없었던 아주머니가 김치를 열심히 먹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그 마음에 재촉했던 미안함과 말도 꺼내지 않았던 내 마음을 공감해 준 따뜻함에 인생 최고의 라면을 먹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돌아가시자 자신이 살던 그 삶으로 돌아가 묵묵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고 그 어떤 제자도 예수님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셨는지 우리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그누구도 묻지 않습니다. 부활한 예수님을 직접보고 함께 식사하고 있는 그 상황자체에 인간의 이성적, 논리적 이해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제자들은 느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 많은 판단과 선택을 합니다. 그 판단과 선택에는 자신이 선호하는 방법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경험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타인의 조언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방법적 선택이 아무 소용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 소용 없음을 바로 오늘 제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자신들이 속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면서 그 어떤 인간적 해석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예수님을 바라보며 한 순간에 느끼고 사라지는 그저 단순한 정서적 기쁨이 아닌 언제나 함께 해왔던 일상 그대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친교를 나눕니다. 그 깊은 친교에는 예수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다시 부활하신 그 시간 동안 제자들은 의심과 판단에 흔들리지 않고 침묵과 믿음으로 자신의 일상을 돌보았습니다. 그 돌봄의 응답이 바로 부활한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게 됩니다.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빨리 먹고 나갈 수 있겠다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느긋한 라면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순간의 실망이 생각지도 못한 아주머니의 관심에서 인생 최고의 라면집으로 마음의 허기까지 달래주었듯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고 믿는 다는 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판단하고 선택한 방법에서 벗어나 그리스도를 진정 만나는 그 시간까지 잠시 멈추고 침묵하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자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잔잔한 침묵 안에서 여유로운 하루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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