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7월 25일 성 야고보 축일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7-07-25 10:40

조회
966

찬미예수님수도원에 입회하기 전에 성소자로 가재리 신학원을 방문했을 때제가 본 수도원의 모습은 제 생각 안에 있는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습니다제 이미지 속에서 수도원 하면 뭔가 캄캄하고엄숙할 것만 같았지만 제가 경험한 수도원은 너무나 밝고 생기가 넘치는 가운데 하느님을 찬양하는 모습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제 이미지 속의 전형적인 수도원의 모습을 180도 바꾸어 버린 수도원 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당시 신학원장 수사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그때 신학원장 수사님은 저에게 할 수 있겠어요?”하고 물으셨습니다우리 수도원의 모습에 홀딱 반해 버린 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할 수 있습니다.”하며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그런데 그때 신학원장 수사님은 예상외의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그 당시 저는 하느님의 현존을 강하게 체험하였고 수도생활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뭐든지 다 해 낼 것만 같은 그런 자신감이 가득했었습니다수도자가 되는 것이든성직자가 되는 것이든 무엇이든지 주어지는 것이라면 거뜬히 해낼 것만 같은 그런 자신감이 가득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신학원장 수사님의 반응에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열의에 가득 찬 성소자가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패기에 가득 찬 대답을 한 것이 잘 못 된 것일까?’ ‘성령의 은총을 충만히 받은 나의 원의를 드러냈던 것인데 그런 원의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그 당시에는 신학원장 수사님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그런데 수도원에 입회해서 수련기를 보내고유기서원기 생활을 하며 저는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조금씩 깨달아가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수도생활 9년째 접어드는 올해그리고 종신서원을 발한 지 딱 1년 되는 오늘그리고 사제 서품을 앞두고 있는 이 시기에 성소자 시절에 제가 했던 대답이 얼마나 교만하고무책임한 대답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제베대오의 두 아들야고보와 요한 역시 예수님과 지내며 그분의 행적과 말씀을 보고 들으며 이분을 따르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자신감이 가득했을 것입니다그들이 보기에 자신들도 예수님처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겠지요그들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예수님의 영광만을 생각했고그 영광을 얻기 위해서는 예수님과 같이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묵묵히 예수님 뒤를 따라야 하는 것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십자가 없는 영광만을 생각하며 예수님과 함께 만들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두 사도는 자신감에 가득 찬 대답을 했습니다하지만 두 사도는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시며 고통을 받으실 때에는 그분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그들은 예수님을 그저 이 세상을 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 하나의 지도자로 여겼고그런 예수님과 함께 한 그들의 내면에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인간적인 열망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습니다.’라는 자신감 가득한 그들의 대답은 그들 내면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울림이 아니라 단순히 외적인 것에 열망하는지극히 인간적인 욕심으로 인해 했던 대답이었습니다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한 그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그분의 십자가를 이해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님을 따릅니다그들 역시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예수님의 잔을 함께 마신 것입니다.(마태 20,23)

성소자 시절 신학원장 수사님과의 면담에서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저에게 수사님은 이렇게 대답해 주셨습니다“‘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어야죠.”

부제서품식 서약문 말미에 그대의 일상생활도 끊임없이 그리스도를 본받도록 노력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습니다이때 서약자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우리의 삶은 각자의 삶의 자리가 어디인가를 불문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물으실 것입니다. ‘할 수 있겠느냐?’ 그때 무작정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기보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그분 앞에서또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겸손과 용기 있는 모습을 청하는 하루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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