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9월 25일 연중 25주간 월요일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7-09-25 16:00

조회
1105

찬미예수님제가 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공부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흔히 국영수를 중심으로…’라고 시작하며 농담을 하곤 하였습니다그런데 그 가운데에서 저는 국어와 영어는 재밌어 했지만 수학은 정말 싫어했고 또 실제로 잘 하지도 못했습니다숫자로 뭔가 답을 구하는 게 싫었고숫자들만 보아도 짜증이 났었습니다그런 제가 지금은 수도원에서 매달 결산을 하고 형제들의 용돈 관리 및 생활 전반에 필요한 재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각 수도 공동체의 형제들은 각자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각 공동체 경리 수사에게 요청을 하고경리 수사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재정 사정에 따라 지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복자사랑에서 시작한 경리 일은 본원으로 이어져 3년째 해 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재화가 필요할 때마다 경리 수사에게 요청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자발적인 가난을 택하여 청빈 서원을 한 수도자들이기 때문입니다특별히 봉헌생활자를 포함한 수많은 사목 일꾼들이 개인의 자유와 휴식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있는’(복음의 기쁨, 78요즈음의 교회를 보면 우리가 택한 자발적인 가난이 얼마나 더 많이 요청되는가를 반성해 봅니다몇몇 성직자들은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취미 활동을 누리기도 하는 한편부유한 후원자들만을 상대하고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일종의 후원금 등을 제공 받기도 합니다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목격하게 되면 가장 가난한 사람은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가지려는 사람입니다.’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수사님들의 한 달 용돈의 액수를 들으면 어떻게 그 돈으로 한 달을 살 수 있죠?’라며 놀랍니다그리고 그 용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보며 존경의 눈길과 박수를 보냅니다이들이 우리들을 존경하고 따르는 이유는 그들보다 특출나거나 능력이 좋아서가 아닙니다소비문화와 사치풍조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그리스도를 위해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했다는 그 사실이또 그 삶을 살아간다는 그 사실이 그들로 하여금 우리들을 존경 어린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흔히 세상 걱정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철밥통이라고 표현합니다세상이 무너져도 수도자들이나 성직자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 말입니다그러나 육체적인 굶주림은 경험할 일이 없을지라도 우리가 서원한 청빈의 정신청빈의 삶을 살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적인 굶주림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그리고 우리가 서원한 것을 살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잃어버리고 위선자로서 마지못해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그 순간이 바로 오늘 복음 말씀대로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기는 순간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권고인 구원의 은총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만이 올바르게 부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선택한 가난이 하느님의 부유와 그분의 무한한 힘에 일치된다고 말씀하십니다우리가 청빈의 삶나아가 복음 삼덕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창설 신부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양심불을 밝혀야 합니다창설 신부님은 우리의 양심을 하느님의 말씀하느님의 빛으로 이해하시며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양심불을 밝힐 것을 강조하십니다우리가 서원한 바를 살아낸다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우리의 양심불을 환히 밝혀내는 것입니다그리고 우리 안에 밝혀진 양심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경험하기 위해 우리에게 모여 들 것입니다그때가 바로 가진 자로서 더 받는’ 순간입니다.

 

 사실 오늘 강론을 준비하며 경리로서 제가 요즘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그런데 강론을 거의 다 준비했을 무렵 그런 이야기들을 강론에서 쏟아낸다는 것은 강론의 성격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하느님께서도 원하시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또 강론에서 개인의 어려움을 쏟아낸다는 것은 형제들을 향해 내가 어려우니 알아봐 달라는 투정일 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형제들은 다 알고 있을텐데 말입니다그리고 문득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느님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이 말씀을 생각하며 강론을 거의 다 작성했을 때가 오히려 더 기쁘게 느껴졌습니다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제 어려움들을 적은 강론에는 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었고저의 사욕으로 가득 찬 글이었기 때문입니다그 글을 통해 형제들이 저의 어려움을저의 고충을 더 알아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우리가 바치는 성무일도 청원기도 가운데에 설교자들이 설교하는 바를 살아낼 수 있도록 청하는 기도가 있습니다그 기도를 들을 때면 저는 더 많은 부분을더 많은 시간 동안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제가 강론 시간에 드리는 말씀을 저 스스로가 잘 살아낼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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