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성모님의 눈으로 –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성모님의 눈으로”
9월 15일 /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제1독서 : 히브 5,7-9 / 복음 : 요한 19,25-27
종신서원 준비를 위한 이냐시오 영신수련 피정 때 였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였습니다. 이때에는 식사를 절제하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 규칙은 “무질서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식사 후나 그다지 식욕이 느껴지지 않는 다른 때에 식사를 얼마만큼 하는 것이 좋을지를 스스로 매일 결정하는 것이 크게 유익하다. 그리하여 어떤 식욕이나 유혹 때문에 정한 양을 넘지 않게 하며, 더 먹으려는 유혹이 들때면 모든 무질서한 식욕과 원수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 오히려 더 적게 먹도록 한다.”(규칙 8) 저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아침에, 절제하는 식사 규칙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피정 지도자는 실망감을 표현하시며, 저를 질책하셨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보아야 하는데, 식사양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속에서는 ‘그동안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피하며 지냈구나. 고통 없이 함께 하는 예수님, 위로해 주는 예수님만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모습을 반성했고, 식사량도 줄이고, 몸과 마음으로 예수님 수난의 묵상에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위로, 함께 해주심만 찾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이 필요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교회에서는 전례적으로 고통의 성모 마리아를 기념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십자가 가까이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자리에 서서, 예수님의 고통에 함께 하자는 초대입니다. 복음을 보면, “그때에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요한 19,25)입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시선에서, 십자가의 못박히신 예수님을 봅니다. 성경에는 성모님의 마음이 잘 표현 되어 있지 않지만, 이 장면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 봅니다. 성모님의 시선에서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한 이뚜르비데의 『성모의 생애』를 봅니다.
망치 소리와 함께 예수의 손이, 그리고 발이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성모도 아드님과 함께 못박히셨습니다. 마리아는 십자가 위의 예수의 상처받은 이마, 핏기 없는 입술, 못이 박힌 양손과 떨리고 있는 양팔을 보시고 치료하실 수도, 무릎 위에서 고통을 위로하실 수도 없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그리스도가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쭉 뻗은 양팔 사이에서 어떻게 호흡을 하셨을까. 조금이나마 팔의 힘을 빼시면 몸무게 때문에 발의 상처는 더욱더 터져 찢어질 듯이 아팠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십자가에 머리를 기대려고 하시면 가시관이 파고들 뿐이었을 것입니다.
세상 어머니들이 죽어가는 내 자식을 앞에 두고 아무런 방법이 없다면 그 가슴속을 표현할 말이 있겠는가.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를 대신하여 그 못을 왜 나의 손발에 박지 않았는지.” 살인마들의 비정한 만행으로 성모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셨습니다. 주의 손발에 박힌 굵은 못은 성모의 몸과 마음을 찔러 꿰뚫었습니다. 이별의 때가 왔다. 주는 숨이 끊어지시기 전에 오직 한 가지 청을 하셨습니다. 죽음에 쫓기면서 주께서는 눈을 반쯤 뜨시고 입술을 떨으셨습니다. 괴로운 숨 속에서 말씀은 자꾸만 끊어졌습니다. “어머니여…” 그리스도는 성모를 이렇게 부르셨다. 성모도 열심히 아드님의 눈동자를 바라보시며 “사랑하는 예수! 나는 그대의 어머니이다. 최후의 말을 나에게….” 성모의 사랑에 힘입어 주는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성모에게는 아드님의 말이 이해되었습니다. 요한은 판단인 혼란해져 “주여 어찌하여 나에게 그 자격이 있나이까?”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그리스도 최후의 힘을 다하여 사도 요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 예수님의 유언이었습니다. 주는 요한이 주와 같이 마음으로부터 성모를 사랑하도록 바라셨습니다.
(E.이뚜르비데, 성모의 생애, 가톨릭출판사, 1992, 421-429)
우리는 성모님의 눈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성모님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꿰찔리는 아픔이었고, 우리의 마음도 아팠습니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은 성모님처럼, 예수님의 고통에 아파하고,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도 그 고통을 함께 합니다. 성모님께서 그리스도와 함께 고통을 받은 것처럼,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서 있음을 배우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십자가를 바라보며 이를 통해 주변을 바라보길 바라십니다. 우리 주변에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십자가 곁에 서있기를 바라십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서서, 예수님의 수난 고통을 보았습니다. 성모님께 그 고통을 우리 마음에 새겨 주시길 청하며 마칩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십자가의 길 기도)
유튜브 영상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1663 |
골방에서 드리는 기도 –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6.18 | 추천 0 | 조회 359 |
하느님의 사랑 | 2025.06.18 | 0 | 359 |
1662 |
예수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 부활 제5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5.21 | 추천 0 | 조회 1844 |
하느님의 사랑 | 2025.05.21 | 0 | 1844 |
1661 |
부활의 증인 – 성 마티아 사도 축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5.14 | 추천 0 | 조회 2761 |
하느님의 사랑 | 2025.05.14 | 0 | 2761 |
1660 |
말씀을 전하였다 – 부활 제3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5.07 | 추천 0 | 조회 3178 |
하느님의 사랑 | 2025.05.07 | 0 | 3178 |
1659 |
배반 예고 – 성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4.16 | 추천 0 | 조회 4537 |
하느님의 사랑 | 2025.04.16 | 0 | 4537 |
1658 |
말씀에 머무른다면 – 사순 제5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4.09 | 추천 0 | 조회 4697 |
하느님의 사랑 | 2025.04.09 | 0 | 4697 |
1657 |
계명을 스스로 지키고 – 사순 제3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3.26 | 추천 0 | 조회 5002 |
하느님의 사랑 | 2025.03.26 | 0 | 5002 |
1656 |
천사와의 만남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3.19 | 추천 0 | 조회 4822 |
하느님의 사랑 | 2025.03.19 | 0 | 4822 |
1655 |
듣고 믿어서 회개함 – 사순 제1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3.12 | 추천 0 | 조회 4865 |
하느님의 사랑 | 2025.03.12 | 0 | 4865 |
1654 |
먼지로 돌아감 – 재의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3.05 | 추천 0 | 조회 5001 |
하느님의 사랑 | 2025.03.05 | 0 | 5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