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기에 참고 기다릴 따름입니다(로마서 824-25)"(2018.4.14-16 중 15일 둘째날 후기)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8-05-04 12:31
조회
40

둘째 날 주일미사와 나눔 2

이 쯤 되면 말씀사탕이  헷갈릴 때가 되었지요

평화선언(요한 14.27)이 먼저였는지 함께 걸으신 것(루카 24.15)이 먼저였는지

접어 이름표 뒤에 고이 간직하란 수사님 부탁은 잘 챙겼는데. 뒤에  번호라도 써놓을 걸

 

 나눔 2는 강정이야기입니다

버스와 성당에서의 반복된 차클로 

 4.3 사건과 강정 해군기지가 연결 마인드맵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습니다. 

알수록 답답하고 속상하대요

수도원 벽 < 담쟁이> 시처럼 한 발짝이라도 내디디며

아직도 가야할 길입니다. 

그래도 가야 할 길입니다.

 

 

강정미사 그 쓸쓸함에 대하여

봉사자 한 분만 계시는 천막에서 미사를 했습니다

일요일이라 한산하다지만 천막 안은 눈물과 땀과  그동안의 온갖 수모들이 뒤섞여 일렁거렸습니다

몇 년 전, 이미 바리케이트를 치고 공사를 시작한 때 

안간힘을 다해 큰 소리로 노래하시던 백발의 문신부님 모습도 어른거렸습니다

건너편 공사장에서 차가 나오면 미사 중 임에도  의자에 앉으신 신부님을 냉큼 들어내 옮기던 경찰아저씨들의 발자국도  남아 있더군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마냥 좋았던 백구의 털도 몇 오라기 섞여 날아다녔습니다.

온갖 기억과 기운이 감돌고 있어서인지 동네를 향해 서서  

"우리 왔어요. 그러니  힘내세요"라고 번역되는 수사님의 외침이, 뒷모습이 마냥 외롭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 쓸쓸했습니다.

이 장면이 현재 강정 상태를 상징하는 거 같아 슬펐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천막미사에 오셔서 함께 하셨겠지요 

아니 함께 하셨습니다

강정천 끝자락 조금 남은 구럼비는 모든 걸 다 보았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기에 참고 기다릴 따름입니다(로마서 824-25)"

이 구절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강정입니다.

촛불을 켰던 우리들이기에 다시 힘을 냅니다

 

 

곶자왈(교래자연휴양림) 내 안에 오그라든 것들

오호! 여긴 알겠어요. 그 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마르 3.1)

숲을 산책하며 내 안에 오그라든 것을 찾아 보라고 하셨습니다

많지요, 구태여 묵상하며 찾지않아도 너무 잘 보이니까요

지형 특성으로 난대림과 한대림이 공존하는 습지, 곶자왈 특유의 모습인  얼킨 나무 숲은 어둑해질수록  영화장면이 될 거 같아요

 패이고 구부러지고 오그라들고 비비꼬이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계속 성장하는 숲

로사님이 낮게 핀 보라색 꽃을 가리키며 지금은 봄이라 이 정도이지만 곧 크게 자란대요.

여름엔 온갖 고사리류와 양치류에 나무가 우거져 쥬라기공원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나무줄기마다 콩짜개 넝쿨과 가시덩굴이 함께 사는 모습이 신비감을 더했습니다.

나무에 취해, 귀한 식물과 향기에 감탄하다 다시 오그란 든 손을  묵상했어요. 피정이니까요

다행인지 수풀이 덜 우거져 나무들이 더 잘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묵상하라는 의도와는  다를 수 있는 엉뚱한 생각이 자꾸 떠올랐어요

 

‘ 내 안의 오그라든 건 펴려고 몸부림했고, 삐죽한 건 잘라버리려고 했구나. 보기싫고 부끄러운 건  안보이고 싶아 김췄고.  구불구불한 가지와 겉으로 드러난 온갖 모양의 뿌리들을 보니 그대로도 괜찮은 걸...

 약한 지반에 강한 바람이 불어도  지탱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균형을 잡아낸 나무에게 한 수 배웁니다

숲이 깊어지며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탱하려고 얽히고 섥힌 가지와 뿌리들이 다른 나무의 지지대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을 보니 "아하! 오호!"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들 모습이구나 내  모습이겠구나. 이상해보이는 언행이나 성격도  살려는 생존본능이었다는  거. 부족함과 실수조차 쓰러지지않고 서 있으려면 필요했던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산소도, 물도 품게 되고 작은 덩굴 식물도 풀도 함께 하며 드디어 숲을 이룬 곶자왈

우리도 그렇게 사는거구나.

나눔 중에 들은 주님이 우리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작용하신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함께 걸으신 (루카 24.15) 주님께서 이 모든 것을  마련햬 주신 거야.'

 

저녁에는 올레시장을 다녀왔습니다 

관광객이 되어 줄서서 꼬치도 사먹고  중국관광객에게 부탁해서 인증샷도 찰칵하며 기분을 냈습니다, 

한라봉 한봉다리와 포장 잘한? 초코렛박스를 들고 택시를 탔습니다

"면형의 집으로 가주세요"

기사 아저씨께서 면형의 집이 무엇하는 곳인지 물으셨던가? 피정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던가?

차클과 네이버검색과 일인 피정팀의 식사수다로 다져진

면형의 집에 대한 지식이 순간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버벅버버 더듬더듬 &&$$..

셋이 합심했지만 핵심을 잡아 말하지 못한 듯한 이 부족감이라니 ㅠ

..

덕분에 성무일도책 뒤에 요약된 수도회 정신에 대한 설명은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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