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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올바름에 이르는 길을 무너뜨렸으니 -정의구현사제단-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3-13 11:35

조회
441

[성명서] 올바름에 이르는 길을 무너뜨렸으니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
 

 

   
▲ 사진제공: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1. 지난 3월 7일부터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고 있다. 강정마을은 지금 아수라장이다. 타락의 극치를 본다. 소름이 돋는다. 잔인하고 살벌한 광기에 그만 몸서리친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2. 지금 이 나라는 4대강사업으로 생명의 젖줄을 만신창이로 짓이겨놓고도 좋다는 나라요, 국가경제를 거덜 낼 불평등통상조약을 날치기로 가결시키고도 잘 됐다며 으스대는 나라다. 우리가 꿈꾸던 대한민국은 사라졌고 전혀 알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향하여 달려가는 중이다. 우리는 과연 맹목의 질주를 멈추고 올바른 길을 되찾을 수 있을까? 

3. 겉으로는 개발과 안보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돈이다. 우리가 지나온 자리만 보아도 그렇다. 새만금 갯벌(2003),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2006), 용산 재개발구역(2009), 4대강사업(2010). 하나같이 자연유산을 망치고, 사람을 해치는 저 무서운 ‘사업’의 근본 동기는 결국 재물이었다. 새삼 욕망의 어리석음과 가공할 폭력성을 실감한다. 애지중지해야 할 만고의 가치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우리는 “제발 이것으로 그만!” 하면서 파괴의 마침표를 기대했으나 상황은 정반대였다. 파괴! 파괴를 요구하는 마침표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또 다른 파괴, 더 큰 파괴, 색다른 파괴를 요구하는 탐욕은 그 속성상 온 산하를 다 집어삼킨 다음이라도 진정되지 않을 것이다. 

4. 우리 처지는 바오로 사도의 탄식 그대로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1코린 7,31) 요나 예언자의 절규가 동시에 메아리친다.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 지난 5년 동안 강정주민들이 나서고 뜻있는 활동가들이 합세하고, 급기야 작년부터는 천주교회의 지체들이 바다를 건너 이곳까지 달려온 것은 바로 요나와 바오로의 이런 호소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5. 그러나 정부는 가던 대로 가야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하느님이 만드신 ‘믿음의 바위 구럼비’ 온 몸에 구멍을 내고 폭약을 터뜨리고 있다. 정말 몹쓸 짓이다. 태초부터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던 신인상봉의 만년 묵은 반석을 때려 부수고 나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올바름에 이르는 길을 걸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억장이 무너진다. 

6. 절망에 실망을 보태는 일이 하나 있다. 주교들의 침묵이 안타깝다. 작년 가을부터 신부, 수녀들이 줄줄이 붙들려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냉정하게 오불관언이다. 광기와 방관은 실로 오래된 친구다. 오늘부터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가 열린다. 2010년의 경우 4대강사업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을 제시함으로써 거짓에 시달리던 민심에 숨통을 틔워주었듯이 다시 한 번 신앙인의 나아갈 바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구럼비의 운명에 교회의 양심과 미래가 달려있다. 우리 모두 부디 이 점을 명심하자. 

2012년 3월 12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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