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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방한 김인국 신부님의 신년특강(요약)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3-01-18 08:10

조회
466

▲ 김인국 신부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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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신부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대선 결과와 맞물려 ‘힐링 영화’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 미제라블>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옥천성당 주임신부)는 “우리만 얻어터지는 게 아니구나, 역사 속에 지나간 분들도 눈물을 많이 흘리셨구나 하는 데서 공감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참 더디게 바뀌는 세상이지만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의 이야기다. 당장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움직이면 언젠가는 바뀐다. 그 가운데는 우리 세대가 맛볼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위해서 늘 싸우는지도 모른다. 앞서 간 사람들이 쌓아놓은 그 위에 우리가 서 있고, 우리가 스러진 그 자리를 밟고 또 다른 이들이 역사를 그려나갈 것이다. 그렇게 이어져 우리가 있고, 다음 세대가 이어질 것이다.”

“유신은 선거로 의기양양해졌다”

지난 14일 오후 7시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는 “다시 5년, 김인국 신부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의 신년특강이 열렸다. 그는 ‘이명박 5년’ 동안 4대강 파괴,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 강정 구럼비 싸움 등의 현장에서 거리를 성전 삼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편에 서 왔다. 때문에 대선 결과가 더욱 가슴 아팠다고 고백했다.

“너무나 억울하다.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가 아니라 꼭 이겨야만 하는 선거였다. 지난 5년은 천주교의 역사에서 특별했다.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길거리에서 미사 드리는 일이 가능한가라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예수님도 길에서 살았다는 말로 깨끗이 정리됐다. 눈물과 한숨으로 밤을 지새우는 분들을 일상으로 보내드려야 했는데…. 앞이 캄캄하다. 삼성이 특검으로 도리어 위풍당당해졌듯이, 유신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의기양양해졌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받아 삼성의 천문학적 비자금의 실체와 전방위 불법 로비를 폭로하면서 경제민주화의 포문을 열었던 김 신부는 당시 사건에 대해 “괜히 했다 싶다”고도 말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보편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삼성은 경영권의 승계가 완료됐고 지하자본도 상속으로 가져갔다. 너무 많은 선물을 가져갔고 우리는 지독한 무기력감에 빠졌다. 자본의 무시무시함을 어렴풋하게 느꼈을 뿐 얻은 게 하나도 없다. 예전에는 삼성이 들킬까 봐 무서워서 몰래몰래 하던 게 이제는 다 들켜도 상관없이 돼버린 꼴 아닌가. 마찬가지로 70년대 유신정권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긴급조치 등의 별의별 수단을 썼지만, 이젠 그런 것 없이도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응징하고 심판하고 처벌해야 될 것들이 안 되고 있다. 다시 5년 악랄한 반복을 참고 견뎌야 한다.”

대중의 표심에 대해선 “공공적 대의보다는 개체적 안정에 대한 강력한 열망, 강자에 대한 선망, 전체주의적 질서에 대한 동경 등이 분출되었다”며 <한겨레>의 이계삼 칼럼을 인용한 뒤, “사람들이 기가 많이 꺾여 사는구나”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따라서 경제적 공황상태가 본격화되면 생존경쟁은 살벌해질 것이니 명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인국 신부는 “희망은 희망이 없는 곳에서 찾아지는 것”이라며 특강 참석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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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에서 그는 “예수를 배신한 유다의 발을 닦아주어야 하는 심정만큼 아팠다”며 자신의 신앙 고백을 들려주었다.

“하느님, 이렇게 많은 제물(용산, 4대강, 쌍차, 구럼비 등)을 바쳤는데도 아직 부족하단 말입니까?”
“누가 나에게 제물을 바치라고 했냐? 살리라고 했지? 내가 아끼는 목숨들을 지키지 못하고서 무슨 면목으로 민주주의를 바라느냐?”

“민주주의 안 되면 누가 좋아할지 잘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민주주의 안 되면 때리는 놈들, 뺏는 놈들, 기대서 사는 놈들도 불쌍한 거야. 잘 생각해봐. 뺏는 놈일수록, 때리는 놈일수록 불행해지는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내 안에선 이런 메아리가 울렸다. “더 해라. 조금 더 해라. 조금만 더 해라.”

“그럼, 우리가 흘린 눈물은요?”
“걱정마라. 한 방울도 그냥 흘리지 않고 꼬박 저축해두었다.”

“괴로움에는 ‘값’이 있다”

김 신부는 “그렇다고 (51.6%의 사람들을) 원망해서는 안 되고, 역사가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고 실망할 거 없다”라며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수의 탄생인 성탄은 사실 ‘찬양과 경배’가 아니라 ‘술렁거림과 칼’이었다면서.

“예수님이 왔을 때 세상이 반겼나? 아니다. 요한복음에 ‘그분이 자기 나라에 왔지만 백성이 반기지 않았다’고 나온다. 왕이 오셨다고 하니깐 예루살렘이 술렁거리지 않습니까? 새로운 질서에게 자리를 내주기 싫은 거예요. 헤로데 왕은 예물이 아니라 킬러를 보냈어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도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밟지 못했으며, 예수에게 세례를 주었던 요한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요한은 ‘길을 내어라!'(루가복음 3:4) 바로 이 말 때문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새로운 길을 만들자고 하면서 높은 데를 깎고 낮은 데를 채우라고 했다. 당시 정상에서 안락을 누리던 자들의 눈에는 아주 고약한 소리였을 것이다. 성경은 당시 지배세력의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밝혀 두었는데 그 이유가 새길 닦자는 요한의 요구가 제국의 도로에 대한 부정이요, 도전임을 분명히 해두려는 속뜻에서였다. 수구세력의 대응은 단호했다. 불량한 소리를 내던 목을 싹둑 베어버렸다.”
김 신부는 “즐거움에는 ‘맛’이 있듯이 괴로움에는 ‘값’이 있다”라는 말로 1시간 30분에 걸친 강연을 마쳤다. 이날 참석한 70여 명의 10만인클럽 회원들은 질의응답을 하며 울먹거리기도 했지만, 김인국 신부는 특유의 호방함을 보이며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힐링’에 대한 호소에 대해서도 “혹시 멘붕의 밑바닥에는 내가 심어서 내가 거두지 못한 아쉬움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희망은 희망이 없는 곳에서 찾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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