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통합 게시판
프랑스 성지순례기5
5일차 A 10월 22일 목요일 맑음
새벽에 일어나 배낭에 고이 간직하고 온 내사랑 클라리넷을 들고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동상(銅像)공원으로 나 홀로 길을 나섰다. 깜깜한 길을 더듬어 들판을 지나 공원에 도착하니 고요한 새벽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아직 여명이 나타나기는 먼 시간이었지만, 클라리넷을 불고 싶은 열정이 나를 나서게 했다.
나에게 클라리넷을 처음 가르쳐 주신 사부 김현정 모니카 자매님은 당부하셨다.
클라리넷을 배움에 있어서 첫째, 천천히 하라. 둘째, 남과 비교하지 마라. 셋째, 매일 연습하라. 였다. 해서 나는 수도원에서도 왠만하면 새벽이던지 저녁시간이던지 혼자 한 시간을 연습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클라리넷을 불기 시작한 것이 약 7년전이다. 아니 악기를 시작한 것이 플륫인데, 사실 오래전부터 악기를 배우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았고 또한 동기유발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루터공동체(지적장애친구들의 생활공동체. 경기 양주시 소재)에서 소임을 하고 있을 때, 어르신이신 김야고보 수사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다. 그런데 야고보 수사님께서 젊으셨을 때나 나이드셔서 소임에서 은퇴하셨을 때나 열심히 살아오신 것은 수도원의 어느 누구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나와 나루터공동체에 함께 살아가면서, 밤 끝기도만 끝나면 “텔레비전 연속극 안보냐?”하시는 것이다. 야고보 수사님께서 공동체로 오시기 전만 해도 텔레비전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오디오에서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책을 읽는 밤 시간이었는데, 어르신 수사님의 연속극 사랑에 이제 오디오는 뒷전으로 밀리고 텔레비전이 앞으로 나오며 밤마다 연속극을 함께 보는 공동시간을 누리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 본 연속극이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이런 종류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깊이 생각해 보았다. 열심히 수도생활 하신 분도 이렇게 70여세가 넘어가 소임에서 은퇴하게 되면 텔레비전 끼고 연속극을 보게 되는데, 나는 그렇게 늙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홀로 취미생활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민하며 찾은 것이 현악기도 아니요. 건반악기도 아닌 관악기를 찾게 되었다. 마침 어떤 선생님의 집에 어린 자녀가 불다가 벽장에 넣어둔 플륫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빌리면서 악기연주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밤거리(?)를 누비며 친구들과 술 마실 것이 아니라 밤마다 플륫을 애인삼아 놀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이름도 지어보았다. 사랑 애(愛)와 뛰어넘을 월(越) 즉 ‘애월’이라고… 그런데 그 이름을 듣는 사람마다 왠 기생이름이냐고 타박을 한다. 해서 다시 앞에다 맑을 청(淸)을 집어넣어 ‘청애월’이라고 지으니 또 왠 중국식당 이름이냐고 타박을 하는 것이다. 참내~~~ 이름 짓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그냥 애월이로 정하고 말았다.
한2년 간 동네에서 가까운 제7일 안식교회에서 목사사무님이 무료로 가르쳐주신다는 것을 알고 매주 토요일 오후에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게 여러 발표무대에도 서게 되는 실력을 길렀지만, 음색에 있어서 무엇인가 2%가 부족한 듯하여 클라리넷을 도전하게 된 것이다. 오보에도 생각해 보았지만, 오보에 악기는 연습용이 400여 만원 한다는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하며 포기하고 클라리넷을 연주해 보니 이 소리야 말로 목관음색이 최고라는 기분이 내 맘에 꼭 들었다.
플륫을 이름 지었듯이 클라리넷도 이름을 지어야겠다 싶어서 신경을 써서 지은 것이, 흙 토(土)를 붙여서 ‘토월’이라고 지었다. 무엇인가 지금보다는 나은 그 무엇으로 뛰어 넘어서고 싶은 나의 욕구표현일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토월이와의 만남은 국내이던지 국외이던지 어느 여행을 가더라도 내 배낭속에 항상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한가로운 곳을 찾아 나만의 밀월(?)시간을 누리며 지내왔기에 이번 프랑스 성지순례에도 당연히 배낭에 넣어 와서 오늘 아침에서야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찾아 비안네 성인의 동상공원에로 나선 것이다. 벤치에 앉아서 클라를 연습하는데, 어두워서 악보는 볼 수 없으니 그동안 외우고 있는 곡을 기억하며 여러 곡을 불다가 날이 밝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숙소로 돌아왔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여 나만의 상쾌한 아르스의 아침을 보낸 것이다. 이것도 수도자의 사치라고 몰아간다면, 할말이 없을 뿐이리라… 그래도 이것쯤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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