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통합 게시판
군종교구장 유수일 f.하비에르 주교 부활메시지
“그리스도 우리의 빛”
“하느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죽음을 새 생명으로, 어둠을 빛으로, 불신앙을 신앙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예수님의 부활을 우리는 기쁨 속에 경축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 그리고 넘치는 희망이, 전후방 각지에서 맡은 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 넘치기를 바랍니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셨습니다”(마태 28,7)
부활 성야에 장엄하게 노래하는 ‘부활 찬송’은 죄악의 어둠을 몰아내고 구원의 은총을 가져온 우리 주 그리스도의 부활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이 밤은, 불기둥의 빛으로써 죄악의 어둠 몰아낸 밤.
이 밤은, 온 세상 어디서나,
그리스도 신자들을 세속과 온갖 죄악과 죄의 어둠에서 구원하여,
은총으로써 성덕에 뭉쳐 준 밤.
이 밤은, 죽음의 사슬 끊으신 그리스도, 무덤의 승리자로 부활하신 밤.
오, 참으로 복된 밤, 하늘과 땅이 결합된 밤, 하늘과 인간이 결합된 밤.
무덤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 인류를 밝게 비추시는 샛별이여.”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은 죽음을 뛰어넘는 새로운 생명의 확실성을 우리에게 보여 주며, 한계를 지닌 인간으로서 체험하는 좌절과 절망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을 열어줍니다. 또한 ‘불기둥의 빛으로써 죄악의 어둠을 몰아낸’ 예수님의 부활을 통하여, 진실보다 거짓이, 희망보다 절망이 득세하는 듯 보이는 세상의 이치는 물러나게 되며, 이로써 ‘세속과 온갖 죄악과 죄의 어둠’에서 상처 입고 슬퍼하는 우리는 예수님을 통하여 승리자로서 구원되고 은총 안에서 기뻐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부활을 통하여 아무리 죄의 어둠이 두껍게 세상과 우리를 눌러도, 끝내 빛이 그 모든 어둠을 뚫고 이겨낼 것임을 확신하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부활의 확실성을 믿는 우리는 이제 예수님과 함께 세속에 휩쓸리지 않고 복음에 따라 언제나 옳은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부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때 삶이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은 이와 같은 변화된 삶을 통해 부활을 증거했습니다. 이러한 증거의 삶은 성경과 교회 역사를 통해서 지금까지 생생하게 전해오고 있습니다. 사도행전 2장은 주님의 부활을 체험한 사도 베드로의 유명한 설교와 그의 설교를 듣고 개종한 첫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이어서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은 첫 신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곧 ‘첫 신자공동체의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신자들은 친교, 성체성사의 삶, 기도생활 그리고 공동생활을 통한 공동 소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는 나눔의 삶을 추구했습니다. 이 생활은 아마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 듯합니다. 그러나 복음이 가르치는 삶을 그대로 실천하려고 했던 첫 신자들의 아름다운 지향과 노력만은 우리가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재물을 포함한 경제생활이 옛날이든 오늘이든 언제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내 것’을 포기하고 ‘서로의 것’으로 하려고 했다는 점은 놀라운 변화의 시도였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는 ‘내 것’을 챙기는 경향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공동 행복에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죄의 근원은 ‘내 것으로 해버리려는 데’에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루카 9,23)를 늘 기억하고 ‘나를 버리는’ 삶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그 여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마태 28,8)
부활을 믿는 사람답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이 신앙인이라면, 예수님의 부활이 확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 또한 우리 삶의 변화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활의 기쁨과 희망을 나누어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던 여인들이 크게 기뻐하며 제자들에게 알렸고, 제자들 또한 이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했듯이, 우리도 지금 우리 삶의 자리에서―어둠 속에서, 절망 속에서, 고통 속에서 허덕이며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에게―부활의 은총과 기쁨을 알려주고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축제의 삶을, 행복한 삶을 살도록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군종교구민 모두는 한마음 한뜻으로,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과 전후방 각지에서, 소부대 단위에서 소외당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장병들을 찾아 위로하고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바를 나누어야 합니다.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형제자매 여러분!
“믿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2012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러 서둘러 나선 제자들처럼 부활의 메시지를 생활로써 힘차게 전하며 살아가는 부활의 증거자가 될 것을 결심합시다. 그리고 내 이웃과 형제자매들에게 부활의 기쁨을 전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12년 예수 부활 대축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 수 일 F.하비에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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