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통합 게시판
의정부교구 이기헌 베드로 주교 부활메시지
“돌을 치워라”
-요한 11,39-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십자가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음의 어두움을 몰아내고 희망의 빛이 되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으로 살아오셨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았던 무거운 돌이 치워졌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대상이었던 죽음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아무 의미 없는 삶의 끝이 아니라, 참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기쁨과 희망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기초요, 희망의 근거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부활은 믿는 이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부활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이 세상의 어떤 두려움도 절망도 고통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는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죽어야만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는 역설이 부활입니다.
여기서 죽는다는 것은 때로는 희생으로, 때로는 인내의 모습으로, 때로는 관용과 침묵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자신을 희생시키고 죽이고 부서뜨리는 일 없이 십자가의 죽음은 불가능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분명히 하나의 여정입니다. 십자가의 의미와 가치를 외면한 채 부활의 영광만을 갈망하는 것은 헛되고, 부활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빼앗긴 십자가의 삶은 단지 고통일 뿐입니다.
부활은 찾아왔지만 마냥 기뻐하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는 어두움이 많이 깃들어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생기는 자연재해가 우리에게도 예외일 수 없고, 특히 원전의 가공할 만한 위험이 있는 데도 편리함과 경제적인 이득만을 생각하여 원전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걸고 넘어온 북한주민들이 다시 잡혀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데도 우리는 아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무관심한 채 있습니다. 또한 권력과 부를 위해서는 공동선이나 윤리는 안중에도 없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인격과 생존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원활한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세대 간 격차라는, 여와 야라는 등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집단이나 사람들에 대해서는 대화나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 평화가 넘쳐흐르는 훈훈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만든 이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단호하게 배척하거나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참아주고 대화하면서 그래도 하나 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 장벽, 이 돌들을 치우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밝고 훈훈한 사회, 예수님의 부활을 볼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부활을 전하는 성경에서도 돌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던 사람들이 예수님의 무덤에 갔었을 때, 그들은 돌이 치워졌음을 목격하고 나서야 예수님의 부활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예수님의 부활을 깨닫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돌들을 치워야합니다.
우리에게는 사랑과 일치와 평화를 가로막는 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돌들을 치우는 일은 무엇보다 먼저 기도하고 화해하며 일치를 위해 한발 내딛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교구에서 올 해 들어 시작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바치는 묵주기도 7천만단 봉헌 운동도 돌을 치우는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 시대의 갈릴래아로 가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무덤을 찾은 여자들에게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들이라면 우리 역시 이 시대의 갈릴래아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그 곳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갈릴래아는 명예와 권력이 있는 곳이 아니고, 이방인들이 있고 가난한 이들이 있는 변방의 땅입니다.
우리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가야 할 갈릴래아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외롭고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곳이 바로 갈릴래아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찾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이 기쁜 소식을 전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도록 합시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2012년 4월 8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의정부교구 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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