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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 부활메시지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2-04-07 12:11

조회
375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소식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1).

 

2.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의미합니다. 죄와 죽음의 힘도 예수님의 부활을 막지 못하였고, 무덤을 막았던 육중한 돌과(마르 16,4 참조) 무덤을 지키던 병사들도 예수님의 부활을 막지 못하였습니다(마태 28,4 참조).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힘으로써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이 보였지만, 예수님께서는 죄와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하심으로써 한없는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셨습니다. 
분명, 예수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토대”(주님의 날)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우리 생명을 되찾아 주셨습니다(부활감사송 1).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졌듯이, 믿는 이들에게 하늘나라의 문이, 구원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찌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교회가 예수님의 부활을 부활 대축일 한 번만이 아니라, 매 주일마다 기념하고 경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우리 신앙인들은 주일마다 미사에 정성스럽게 참례하고,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24) 하는 시편 노래를 함께 외쳐 불러야 하겠습니다(주님의 날, 1항 참조).

 

3. 예수님의 ‘무덤을 막았던 돌’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죽으시고 묻히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왜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습니까?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인류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필리 2,8)하시어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보여주셨고, 많은 사람의 죄악을 스스로 짊어지고 죽으심으로써 인간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16항). 따라서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함은 예수님의 십자가에 동참함을 의미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으며, 부활이 없는 십자가도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이기주의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자유는 앞세우며 책임은 소홀히 하고, 권리는 내세우면서 의무는 등한히 합니다. 영광과 안일은 달가워하면서 십자가와 희생은 꺼려합니다. 역량 있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다운 사람은 적고, 종교인은 많지만 종교인다운 사람은 적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신원을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입니까?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고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예수님과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참조). 그러므로 우리 신앙인들은 자유와 권리에 앞서 책임과 의무 수행에 힘쓰며, 자신의 이익에 앞서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헌신해야 하겠습니다.

 

4. 모든 신자는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모든 신자는 “성자의 수난과 십자가로 부활에 이르는 은총”을 청하면서, 가정과 직장, 이웃과 사회에서 먼저 십자가를 용감히 져야 하겠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루카 9,23 참조)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매일 져야할 십자가란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는 일’, ‘자녀들을 올바로 교육하고 부모를 효도로 공경하는 일’,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일’ 등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즐겨 실천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고 부활을 선포하는 길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하여, 자살과 낙태, 학원폭력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과 인구고령화는 국가의 미래마저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으로서 이 문제를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생명과 사랑의 문화 건설에 투신함으로써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증거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최근 우리 사회는 심각한 청년실업률 증가와 가계부채 상승, 권력형 비리와 고리 원자력발전소 정전사고,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 등으로 불안과 걱정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 신앙인은 온갖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언제나 희망으로 기뻐하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우리 가정과 주변에 어두움이 짙고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하여도, 우리는 언제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 모두는 온갖 두려움 대신 희망의 기쁜 소식을 가족은 물론 이웃과 온 세상에 끊임없이 선포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허락된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4월 11일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총선에서,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하여 진정으로 헌신하는 분들이 선출되도록 모든 교우들은 소중한 선거권을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겠습니다.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4월 8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청주교구 교구장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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