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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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성지순례기4
4일차 10월 21일 수요일 맑음
아침 시차적응 안되어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빨래도 하며 짐정리 하느라 혼자 부산떨다가 식당에 내려가니 모두들 건강하게 밝은 얼굴로 나타난다.
마침 아르스 성당에 오전 8시간대가 비어서 우리가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성요한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유해 앞에서 우리만의 미사를 드릴 수 있는 행운이 나타난 것이다. 그 성당은 하루 종일 예약미사가 넘쳐 있는데, 오늘 8시가 우리를 위해 비안네 신부님이 초대를 해 주신듯하여 기쁨 속에 성가도 부르며 강베드로 사제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성요한마리아비안네 신부님이시여, 저희 수도회 형제들의 성화를 위해 주님께 전구해 주소서. 아멘~
동네 카페에서 점심에 먹을 바게트빵을 구입했다. 햄이 가운데 들어가 있을 뿐 단순한 빵이 오늘 우리가 갈 몽블랑에서의 점심 도시락이었다. 샤마니라는 동네에 있는 몽블랑(Mont-Blanc) 즉 블랑 산이란 뜻이란다. 아르스에서 212㎞ 떨어져 약 2시간 30분을 가야하는 곳이다.
몽블랑까지 가는 길은 내가 운전하고 오보스꼬 수사님이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좌회전 우회전 하면서 일러주는 역할분담을 했다. 가는 동안 우리 수도회의 지난 역사 특히 정사(正史)가 아니라 야사(野史)를 들려주다 보니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지나가며 목적지인 샤마니에 도착했다. 날씨가 청명하게 맑아서 설산 그 높은 몽블랑이 너무도 깨끗하게 보인다. 동네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이렇게 맑은 날이 1년에 몇 날 안되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 한다. 내가 십여년 전에 왔을 때만해도 안개가 앞을 가려 그저 케이블카 탄 기억과 높은 고도에서 현기증 느낀 기억밖에 없었다. 이렇게 두 번째 오는 몽블랑의 날씨는 은총과 같이 쾌청한 날씨가 주어져 모두의 발걸음도 신바람이 났다.
막상 도착해서 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매표소에 다가가는데, 강베드로 수사님이 깜짝 놀라며 “아! 내 휴대폰~~~ 없다. 어디다 떨어뜨렸지?”하며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런 또 뭔 사고요….. 사고 안생기기를 바랬건만, 휴대폰 분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기에, 우리는 분명 차안에 떨어 뜨렸을꺼라며 안심시키며, 분명히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라고 서로가 이야기 해준다. 진정 ‘믿음’은 확실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 할 때 그 ‘믿음’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불안을 가라앉히고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드디어 해발 3,842m의 몽블랑에 올라갔다.
거대한 설산에 올라 저 멀리 아래의 동네를 쳐다보니 현기증이 일어난다. 아마도 높은 고지대를 짧은 시간에 올라와서 생기는 현상인데, 이럴 때 자신의 건강을 채크해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어쩌면 카이블카를 타기 전에 독한 술 한잔을 하고 올라온다면 그런 현기증을 덜 할 듯 싶다. 준비를 해 온다고 맘만 먹었지 정작 가져오지를 못해서 못내 아쉬웠다.
그 현기증속에서도 아침에 준비해간 바게트 빵으로 점심을 때우는데, 비행기 안에서 받은 튜브 고추장을 바르고, 우매보시 짠지도 넣어서 먹어보지만, 도저히 입천장이 헐어 가는데 그렇게 맛없는 빵은 생전 처음인 듯하다. 몸도 공중에 붕 뜬 그런 기분상태였다. 그러나 어찌하랴 먹을 것이 이것뿐인 것을. 아마도 한국 돌아가면 그렇게 맛있게 먹었섰던 바케트 빵은 다시 쳐다보지 않을 듯 싶다.
사방이 다 유리로 되어 있는 스카이 전망대에 올라서서 사진도 찍는데, 다리가 후들거리며 짜릿한 야성을 누리기도 했다.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여 급한 걸음으로 주차장의 승합차로 달려가서 짜자잔~ 하며 문을 열고 뒤져보았으나… 아뿔사 강베드로 수사님의 휴대폰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해서 강베드로 수사님과 오보스꼬 수사님은 분실물 센터도 가고 경찰서도 가서 분실신고를 하느라 또 난리법석을 떨어야 했다. 기계가 아까운 것 보다 거기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가 분실된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휴대폰은 찾았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휴대폰이 식탁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아침에 아르스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제대 옆 의자에 놓아두었던 것을 성당에서 피정의 집 신학교 원장 신부님 편으로 한국 신부님께 전해 주라며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에고… 분실된 것에 대해 몇몇 ‘사람을 의심하고 편견을 가지고 오해했던 것이 믿음을 해친다’는 깨달음을 가진 하루였다.
늦은 저녁을 마치고 방 옆에 붙은 작은 응접실에서 우리만이 따로 컵라면을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한국에서 준비해간 팩소주 한잔과 함께 기울이는 담소시간을 가졌다. 오늘의 에피소드를 또 다시 이야기 나누며 웃고 또 웃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아르스의 어둔 밤은 깊어만 갔다. 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고요한 시골마을의 밤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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