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마귀들림과 치유 –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4-08-07 07:57
조회
14375

 

제1독서 : 예레 31,1-7 / 복음 : 마태 15,21-28

 

처음에는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마태 15,23) 예수님의 침묵이란 주제로 준비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을 읽어보니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란 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늘은 마귀 들림과 치유라는 주제로 나누고자 합니다.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께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마태 15,22)라고 청합니다. 여인은 자신의 딸이 육체적인 병이었다면 의사를 찾아갔겠지만, 마귀 들림은 방법이 없었습니다. 여인은 3번이나 간절히 청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그때 그 여인의 딸이 낫게 됩니다. 예수님의 치유는 예수님을 찾아간 사람의 믿음이 있다면 이루어짐을 보게 됩니다.

 

마태오 복음의 곳곳에서는 오늘 복음처럼 마귀 들린 사람과 치유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마태오 4장 24절입니다.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과 마귀 들린 이들, 간질 병자들과 중풍 병자들을 그분께 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마태오 8장 16절입니다.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마귀 들린 이들을 예수님께 많이 데리고 왔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악령들을 쫓아내시고, 앓는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마태오 9장 32절입니다.

그들이 나간 뒤에 사람들이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마귀가 쫓겨나자 말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예수님과 사람들 사이의 구체적인 대화는 없지만, 3장면에서 보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마귀 들린 사람을 데려오기만 하면, 다 치유해 주십니다. 마귀 들린 사람은 스스로 예수님께 찾아오지 못했고, 사람들이 마귀 들린 사람을 예수님께 데려옴을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과 연결되는 공통점을 보면, 예수님께 마귀를 쫓아달라고 부탁하면, 항상 들어주셨다는 것입니다. 마귀가 쫓겨남은 예수님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 안에서 마귀가 쫓겨나는 모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막의 안토니우스라는 책에서 안토니우스의 일화입니다. 그는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사막에서 은수생활을 했습니다. 사막에서 수도생활을 방해하는 악령, 즉 온갖 유혹과 생각에 맞서 싸우며 백다섯 살에 죽을 때까지 오직 주님만을 따라 살았습니다. 안토니우스는 악령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원수들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묵상하고 숙고합시다. 그들이 우리가 두려움과 동요로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하면, 경계가 허술한 곳을 발견한 강도들처럼 즉시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 안에서 발견하는 생각들을 확대시킵니다. 만일 그들이 우리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한 것을 보면, 표상과 위협으로 우리 두려움을 더욱 증가시킵니다. 그렇게 가련한 영혼은 이런 것들로 괴롭힘을 받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주님 안에서 기뻐하며, 장차 일어날 좋은 것들을 생각하고(히브 10.1 참조), 우리 마음으로 주님의 일들을 묵상하고(1코린 7.32 참조), 모든 것은 주님의 손안에 있으며(신명 33.3 참조), 악령은 그리스도인을 거슬러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느 누구에 대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아는데 골몰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들은 우리 영혼이 그러한 생각들로 굳건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하여 물러갑니다.

 

그렇게 원수는 욥이 잘 무장된 것을 보고서 그에게서 물러갔습니다(욥 42,10 참조), 반대로 원수는 유다가 그러한 무장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그를 사로잡았습니다(요한 13,27 참조), 그러므로 우리가 원수를 경멸하기를 바란다면 항상 주님의 일들을 생각합시다(1코린 7.32 참조). 그러면 영혼은 항상 희망 속에 기뻐할 것입니다(로마 12,12 참조). 그때 우리는 악령들의 장난질이 연기처럼 와해되고, 그들이 우리를 추격하는 대신 도망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내가 이미 말한 대로 그들을 위해 준비된 불(마태 25.41 참조)이 항상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몹시 두려워합니다.(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 사막의 안토니우스, 분도출판사, 2023, 113-114)

 

원수는 유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결코 하느님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라고 하시며, 일흔 두 제자들에게 마귀들의 두목 사탄의 몰락을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주님 안에 잘 머물러 있으면, 원수는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가나안 여인 딸을 사로잡았던 마귀가 쫓겨남은 여인의 믿음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마귀는 결코 우리를 고통으로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여인을 도와주신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우리 능력 이상의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어려울 때 예수님을 찾아가기만 하면, 어느 때나 잘 도와주심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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