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그리스도의 몸과 피
나해 사순 제1주간 월요일
제1독서 : 레위 19,1-2; 11-18 복음 : 마태 25,31-46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오늘 제1독서 레위기를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둘째 계명인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씀이 구약에서부터 나옴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이 계명은, 신앙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나약한 우리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전환해서, 우리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이 계명이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곧, 우리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우리의 몸인 우리 이웃들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공동체(共同體)’라는 말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공동체’라는 말은 이미 초세기에 바오로 사도께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곧, 코린토 1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사람이 그 지체입니다.”(1코린 12,2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곧,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모두 영적으로 하나의 몸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몸’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비록 육체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예수님을 통하여 성령으로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과 우리는 모두 성령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몸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몸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도 바오로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몸의 ‘머리’라고 말한 것이 그 뜻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이지요. 바꿔 말해서 ‘심장’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 몸은 심장이신 그리스도의 피가 몸에 순환함으로써, 그 몸이 제 기능을 하고 움직이게 됩니다(에페 4,15-16 참조). 곧, 그리스도께서 우리 삶의 원동력이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몸은, 그 몸의 심장, 곧 머리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바로 사랑이지요, 사랑을 실천하라는 단순한 계명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처럼, 이웃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예수님을 대하듯이 대하는 것이며, 또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처럼, 이웃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이 직접 예수님처럼 되어주는 것입니다(루카 10,29-37 참조). 그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몸소 가르쳐주신 예수님의 선하신 뜻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신 예수님과 한 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자신도 본질적으로 사랑입니다. 사도 요한은 요한 1서에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고 고백했지요. 인간은 그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어서, 사랑 자체이신 예수님과 한 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간도 본질적으로 사랑인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세포 하나 하나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랑의 세포입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우리 안에는 모든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능력과 열망이 무척 많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온갖 두려움들과 이기심 때문에, 그것들에 가로막혀서, 그 사랑을 밖으로 발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웃들에게 이렇게 또는 저렇게 다가가면, 이웃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무시하거나 따돌리지는 않을까 라는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되지요. 그리고 내가 이웃들에게 잘해주고 이웃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면, 내가 가난해지고 힘들어지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그래서 그런 두려움 때문에 자기 자신만 챙기는 이기심이 생기고, 따라서 이웃들에게 자유롭게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면 무엇보다도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안에 무한히 잠재되어 있는 사랑의 힘으로, 그 두려움과 이기심을 뚫고 나가, 자유롭게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그 사랑의 갈망을 끊임없이 발산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관계하는, 바로 우리 옆의 이웃들에게부터 그 사랑을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서 관계하는 가정, 성당 단체, 직장, 여러 친목 모임 등 우리가 속한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그 사랑을 실천하며 그 사랑을 점점 확장시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속한 가장 작은 공동체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섭리해주신 인연으로서, 거기서부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부여받은 우리의 가장 우선적인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그 가장 우선적인 사명에 충실할 때, 우리는 참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성령으로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두려움과 이기심에 빠져서,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이웃들을 외면하며 살아가면, 자신의 몸의 지체들과 잘 연결되지 못해서, 곧 피가 통하지 못해서, 괴롭고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행하게 살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에 우리가 이웃들을 받아들이고, 이웃들과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눔을 실천하면, 지극히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웃들과 연결되어 그리스도의 피가 자신의 몸 안에 골고루 순환되기 때문입니다. 혈액순환이 최고로 잘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랑을 실천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사랑을 거부하고 혈액순환 장애가 되어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의 삶을 성찰해보며, 사랑을 실천할 갈망을 사랑 자체이신 예수님께 간절히 청하도록 합시다. 그 갈망을 일상의 삶에서 끊임없이 발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인간이 본질적으로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그 사랑의 사명에 충실하면, 오늘 복음에서 나타나는 하느님 나라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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