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12월 28일 죄 없는 아기 순교자 축일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6-12-28 10:50

조회
14394

 

찬미 예수님!

 

오늘은 죄 없는 아기 순교자 축일입니다무죄한 아기들의 죽음 앞에서 저는 예수님께서 우리 곁에 오신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그분께서는 무죄한 분이시지만 죄 많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세상에 오셨고또 우리와 같아지시기 위해 하느님이시면서도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수도원에 오기 전 저는 무죄한 이기 순교자 축일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그저 사는 것이 바빠서일에 치여서주일만 지키면 저의 의무를 다 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삶을 살았습니다일주일에 한 번 봉헌하는 미사를 통해 듣는 성경 말씀은 때로는 현실에서의 삶과 괴리감을 느끼게도 했습니다. ‘무죄한 분이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세상에 오셨다.’는 명제는 귓바퀴를 맴도는 일 뿐이었습니다성탄은 그저 어떤 위대한 한 사람의 탄생을 기리는 기념일이었고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거나 특별히 저에게는 직업 특성 상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이 생겨나는 시즌이었습니다자연히 죄를 고백하는 고해성사는 성탄 몇 주 전에 드리는 의무일 뿐 그 이상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죄를 고백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요고해소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 죄를 고백한다는 사실보다 그저 사제라는 직무를 가진 한 사람에게 나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러나 그것은 그분의 대리자로서 성무를 집행하는 사제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고해소에서 사제는 개인적인 판단을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을 대신해 그분의 용서를 전달해주는 전달자입니다용서를 해주시는 주체는 바로 오늘 독서에서처럼 성실하시고 의로우신 하느님이십니다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완전한 용서를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한 고백입니다.

부끄럽지만 수도원에 오기 전 저 역시도 완전한 고백을 하지 못했습니다또 때로는 수도원에 살고 있는 지금도 완전한 고백을 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나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신부님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시지는 않을까나를 판단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우리는 나약하기 때문에 죄를 짓고 또 때로는 죄 지은 자신이 부끄러워 그 죄를 숨기기도 합니다죄 지은 것이 부끄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내 안에 있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내 안에 있는 하느님께서 아파하시는 것입니다고해소에서 스스로 판단하여 고백할 자신의 죄를 선별하고 숨기는 것은 이미 내가 하느님이라는 것이지요저는 죄를 짓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바로 그 죄를 숨기고 피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하고 계신 하느님의 아픔을 모르는 척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죄를 숨기고 또 완전한 고백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헤로데가 무죄한 아기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것과 같이 내 안에 있는 순수함을 갉아먹는내 안의 또 다른 헤로데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첫 서원을 하고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복잡해서 수도원을 나갈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마침 고해성사 보는 날이 다가왔기 때문에 저는 수도원에서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오랜만에 만난 형제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한 달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저의 마음은 이미 수도공동체를 떠나 있었기에 그런 인사들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그때 어떤 형제 둘이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격하게 나누고 있었습니다그 모습은 마치 귀여운 강아지들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서로 헤드락도 하고 또 그런 장난을 치면서도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그때 제가 그들을 통해 보았던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순수한 사랑사랑 자체로 오신 하느님의 모습이었습니다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제 안의 또 다른 뜨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내가 수도생활을 택한 이유수도원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지요그때의 상황을 오늘의 복음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면 순수한 아기들을 학살한 헤로데내 안에 있는 순수함을 파괴하려는 헤로데를 피한 것과 같을 것입니다.

우리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은 성모님과 성 요셉그리고 예수님께서 그분들을 해하려는 헤로데를 피해 가는 것과 같습니다그러나 우리 안에 있는 헤로데를 한 번 피한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죠죄를 고백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우리는 또 죄를 짓게 됩니다인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그러나 우리는 같은 죄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있고 또 그것을 위해 하느님께 은총을 청할 수 있습니다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우리의 삶 안에서 나를 죄 짓게 만드는 나의 나약함과 사욕과 분심잡념이라는 또 다른 헤로데를 피해 하느님께로 가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 준비해 두신 길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피하고 싶은 헤로데는 무엇인지피하고 있는 헤로데는 무엇인지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게 돌아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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