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
찬미예수님! 오늘은 한국교회의 의무축일 중 하나인 성모승천대축일입니다. 성모승천 교리는 하느님의 어머니, 무염시태, 평생동정이라는 교리와 더불어 성모님의 4대교리 중 하나입니다. 이 교리는 그에 대한 성서적 근거가 미약하여 교회역사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 교황 비오 12세는 회칙 ‘자애로우신 하느님’을 통해 성모승천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셨습니다.
성경에 마리아가 승천했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하더라도 우리가 성모승천 교리를 믿을 교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교회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성전과 또 마리아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성경내용에 대한 수많은 교부들의 연구와 해석 덕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봉독된 묵시록의 12장 내용 역시 마리아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내용 중의 한 부분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여인은 일차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으로 이해되고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교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여인이 용으로부터 구원되는 것은 교회가 반대자들에게 박해를 받고 견디어 내는 것을 표상합니다. 그러나 이 여인이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과 교회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한복음서는 마리아를 이스라엘 공동체와 동일시하였고, 이 점을 감안한다면 묵시록 12장의 여인이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제1독서의 내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핵심 내용은 악마와 투쟁하고 궁극적으로는 승리하는 교회의 상징이 바로 마리아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교회론의 중심이 되는 분은 바로 성모마리아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저녁기도 때마다 바치는 마니피캇, 마리아의 노래가 봉독되었습니다. 마리아의 노래를 바칠 때, 저는 이 노래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리아의 노래는 가난한 이들이 지닌 희망을 노래하는데요, 이는 루카 복음의 주요한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마리아는 이 노래를 통해 메시아의 도래를 선포합니다. 이를 통해 루카 복음사가는 마리아를 단지 모범적인 신앙인으로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첫 번째 복음선포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마리아의 노래를 바칠 때 늘 생각하는 하나의 단어는 ‘겸손’이라는 것입니다. 이 노래는 통치자들과 비천한 이들,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을 대조하여 표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비천한 이이면서 가난한 이들 쪽에 속하는 우리를 위로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천한 이이거나 가난한 이에만 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충분히 통치자이며 부유한 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마음이 교만해질 때 말입니다. 교만이란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신 마리아와 같이 내가 나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개방하지 못하고 하느님께 순명하지 못할 때 내 마음 안에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화된 사람들이 아니라 성화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성화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겸손’입니다. 성화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여러 가지 유혹을 마주하게 됩니다.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마음이 더 기울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소명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교만한 마음이 우리 안에서 자라나는 때는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하는 때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은, 나아가 수도생활을 하는 목적은 하느님께 봉사하고 사람들에게 봉사하여 우리의 삶을 성화하고 또 하느님과 더욱 깊이 결합되기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과 결합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온전히 비워내고 오직 내 안에 하느님을 채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아의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신 마리아께서는 무아의 삶이 무엇인지, 겸손의 삶이 무엇인지를 당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셨고, 사람들 가운데에서 승천하신 첫째 사람이 되셨습니다.
마리아의 승천은 하느님께서 지상 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원하시는 구세사적 목표, 즉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의 온전하고 영원한 삶이라는 목표에 이른 것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개방하고 그분의 구원의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은 전인적 완성에 이릅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한계를 지니고 있고, 그 한계는 우리를 교만한 마음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느님을 찾고, 기도하게 합니다. 성모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그분의 겸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겸손의 모습을 통해 간혹 교만한 마음으로 빠져드는 우리의 모습에 실망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전구해주시는 성모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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