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첫 순교자 윤지충 유해 발견 –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5월 29일 /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제1독서 : 2마카 6,18.21.24-31 / 복음 : 요한 12,24-26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동료 순교 복자들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중요한 말씀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입니다.
죽지 않으면 열매 맺지 못하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두려움을 다가옵니다. 순교자들은 실제로 순교했습니다. 순교는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 합니다. 피 흘리는 순교는 아니더라도, 하느님의 뜻에 죽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지금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을까요? 실제로 순교하면서 많은 열매를 맺은 순교자들을 따라가면 됩니다. 순교자와 나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교회의 후손입니다.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이며, 순교자의 후손은 살아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윤지충 바오로에 대해서 설명해 드립니다. 면형의집 원장님이 2021년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의 유해를 발굴했는데, 발굴하는 과정을 전해주셨습니다.
새로 초남이 성지에 담당 신부님이 가게 되었고, 신부님은 정비하고 싶었습니다. 초남이 성지 위쪽에 바우배기에 무연고 묘가 세 개가 있었는데, 포크레인으로 파버리고 시신을 다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신을 다 수습해 가지고 화장터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포크레인 파던 자리를 다시 좀 더 파보니까 사발이 발견되었습니다. 사발을 보니 윤지충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발은 권상연, 윤지충 동생 윤지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화장터에 전화를 했는데, 태우기 직전 스위치를 누르기 직전이었습니다. 바로 중지하라고 했습니다.
그 뼈를 다 수습하고, 유전자 대조를 했는데 다 맞았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찾던 첫 번째 순교자들의 시신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발에 있는 필적을 조회해 봤더니, 정민 교수의 주장인데 정약용 필체와 똑같다는 것입니다. 정약용은 윤지충과 친했습니다. 윤지충의 고모가 정약용의 어머니입니다.
이 땅의 위치는 어디냐면, 전주에서 450만 평의 땅을 가지고 있던 유항검의 땅이 있던 곳입니다. 그는 대지주로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당시 서슬 퍼런 상황에서도 시신을 몰래 수습해서, 나중에 이걸 찾기 쉽게 하려고 가장 높은 곳에 묻어 놓았습니다.
이곳은 사실 초남이 성지가 아닙니다. 초남이에서 차로 5분, 약 1.5km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발견할래야 발견할 수도 없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발견하게 됐냐면 전설이 200년이 넘게 계속 전해져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곳에 중요한 순교자 3분의 무덤이 있다.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왔는데,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초남이 어디에 중요한 순교자의 묘가 있다는 것이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왔던 것입니다. 지금은 이곳을 성지화 시키려고 그대로 보존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발굴한 그대로를 유리판으로 덮어서, 그대로 성지성당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순교자 신심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초남이에 가면, 아직 정비되지 않았지만,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초남이 성지를 순례 하시면 좋겠습니다.
순교자 유해 발견을 기뻐하며, 전주교구 김선태 주교님은 특별 담화문을 전해 주셨습니다.
마지막까지 하느님께 충실하셨던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는 이후 모진 박해로 위기에 내몰린 교우들의 신앙을 약화시키지 않았습니다. 초기 교우들은 그분들의 순교에서 신앙의 용기를 크게 얻었으며, 그분들을 정신적인 지주로 삼았습니다. 최초의 순교자들이 박해시대의 교우들에게서 공경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구베아 주교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수 9일 후에 사람들이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둘 때 “그 시신이 조금도 썩은 흔적이 없고, 형구에 묻은 피가 방금 전에 흘린 것처럼 선명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이후 교우들은 여러 장의 손수건을 순교자들의 피에 적셨으며 당시 병으로 죽어 가던 사람들이 이 손수건을 만지고 나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의 순교에 감화를 받아 모진 박해로 신앙이 흔들렸던 교우들은 다시 마음을 바로잡았고, 적지 않은 외교인들이 입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교우들은 윤지충이 옥에서 피와 눈물로 쓰신 『죄인 지충일기』를 필사하여 영적 독서로 읽으며 믿음을 깊이 다졌습니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는 박해시대에 신앙이 더욱 자라고 열 매를 맺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조선의 첫 선교사인 주문모 신부님은 나중에 두 순교자의 무덤 위에 성당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칭송하셨고, 김대건 신부님도 윤지충의 거룩한 순교를 칭송하며 조선의 첫 순교자로 높이 공경하셨습니다.
최초의 순교자들의 유해를 만나게 해 주신 하느님의 뜻은 순교자들이 지니셨던 영성을 우리도 본받는 데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둠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자신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갈수록 멀리하고, 창조된 목적에서 점점 빗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느님이 아니라 돈이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연대와 형제애보다는 개인을 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병폐가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쇄신할 수 있는 중요한 순교영성으로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고, 신앙으로 친교와 형제애를 다져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무리로, 프란치스코 교황님 124위 시복식 강론에서 실천적인 부분을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우 자주 우리의 신앙이 세상에 의해 도전받음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시고, 그 다음에 이 세상의 다른 온갖 것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영원한 나라와 관련해서 보아야 함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옵니다.
오늘 우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모범과 전구로 저희도 몸과 마음을 다하여 복음의 명령에 언제나 충실하길 기도합니다.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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