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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제키엘서의 구원 약속 –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4-08-21 11:25
조회
5650

 

8월 21일 /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제1독서 : 에제 34,1-11 / 복음 : 마태 20,1-16

 

에제키엘은 예레미야와 동시대의 예언자입니다. 그 역시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다니엘 예언자도 만났습니다. 에제키엘이 연장자였습니다. 그의 초기 예언은 예루살렘 멸망에 집중되었지만 유배지에서는 희망을 심으려 애썼습니다. 포로생활은 반드시 끝날 것이며, 그때에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새로운 언약’이 맺어질 것을 강조했습니다.

 

에제키엘은 유배지에서 활동을 재개하며 결국은 ‘약속의 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도 알렸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비유와 상징을 통한 간접표현이 많았습니다. 환상과 환시도 예언서 여러 곳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에제키엘 예언서는 ‘구약의 묵시록’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에제키엘의 구조를 보면, 전반부 1-32장과 후반부 33-48장으로 나누어집니다. 전반부는 예루살렘 멸망 이전의 신탁(심판 신탁)이고, 후반부는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신탁(구원과 희망의 신탁)입니다.

 

오늘 독서는 에제키엘의 후반부의 해당됩니다.

 

34장은 목자와 양 떼 사이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고대 근동에서는 통상 임금을 백성의 목자라 불렀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다. 이 백성은 하느님의 “양 떼”인 것이다.

 

당신의 백성이며 양 떼인 이스라엘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먼저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며 양 떼에게 충실하지 못한 목자들(34, 1-10절) 대신에 다윗 가문의 목자를 세워 양 떼를 찾아서 그들의 땅으로 데려가 공정으로 돌보겠다고 말씀하십니다.(34, 11-31절)

불충실한 목자들에 대한 심판이고, 참된 목자를 통한 구원의 약속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독서 마지막 구절에서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볼 수 있겠습니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에제 34,11)

 

양떼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배로 이리 저리 흩어지게 되는 고통을 겪게 되는데, 주님께서 구원을 약속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심판이 내릴 것이라고 경고할 파수꾼이며 예언자인 에제키엘을 그들 가운데 세우셨고,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위한 구원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계십니다.

 

신약의 예수님께서는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마태 9,35-36)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돌보아 주시는 주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힘들 때 돌보아주심에 대한 작곡가 헨델의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헨델은 런던에서 단 한곡도 작곡할 수 없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습니다. 시인이나 화가처럼 음악가에게도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황량한 불모지와 같은 시기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 예컨대 신문 기자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글이 술술 잘 나올 때도 있지만,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 시절 헨델은 작곡가로서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지독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헨델이 직접 말한 바에 따르면 영적인 면에서는 더더욱 힘겨운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집까지 무너져 막막하기만 하던 시간이었습니다.

하루는 처참한 마음으로 늦은 밤까지 런던의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한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 그에게 벌어졌습니다. 어느 집의 작은 방에서 너무도 감미로운 소프라노 음성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헨델은 그대로 멈춰선 채 그 노래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노래는 광야를 건너면서 자신들의 구세주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담고 있었습니다. 마치 성경 구절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 하더군요. 그야말로 노래를 통해서 기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헨델에게 그 순간 들려왔던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 전달되는 하느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누구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단순히 하느님에 대한 말을 듣는 것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었을 때만 그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겁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성경을 읽으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듣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 순간에는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그 사람 안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헨델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것을 체험하자마자 헨델은 집으로 돌아가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무려 22일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곡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메시아’입니다.

(파블로 도밍게스 프리에토, 마지막 피정, 성바오로 출판사, 2023, 44-45)

 

오늘 에제키엘서의 말씀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에제 34,11)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씀 같지가 않습니다. 주님께서 직접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보살펴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보살펴 주심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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