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곰곰이 되새겼다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5-01-01 19:14
조회
424

 

1월 1일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제1독서 : 민수 6,22-27 / 제2독서 : 갈라 4,4-7 / 복음 : 루카 2,16-21

 

오늘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 하느님의 어머니 대축일 안에서, 성모님의 신앙을 바라봅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성모님께서는 단신 삶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를 “마음속에 새겨 곰곰이 생각”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삶의 빛으로서 성경을 읽고, 성경의 빛으로서 삶을 읽으셨습니다.

 

마음에 새겨 곰곰이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마리아는 그리스도에 관하 여 알고 있는 비밀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려 하 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몸소 사람들에게 당신을 알리려 하실 때와 장소를 경건한 마음으 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모든 비밀스런 일을 마음 깊이 조심스럽게 간직 했습니다. 마리아가 ‘곰곰이 되새겼다’는 복음사 가의 말은 마리아가 자신이 본 일을 성경에서 장 차 이루어지리라고 했던 이야기들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았다는 뜻입니다.

 

마음 속에 새겨 곰곰이 생각하였음은, 성모님이 성경 말씀과 함께 연결하시려고 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는 렉시오 디비나의 방식과 연결되어집니다. 이연학 신부님의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라는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소개에서는 이렇게 설명해 줍니다.

 

우리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어떤 말을 들으면 대개 그것을 자기도 모르게 되뇌게 됩니다. 그것은 들은 말을 더 깊이 알아듣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마음에 새겨 기억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렉시오 디비나에서도 되새김은 이렇듯 자연 발생적으로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영성의 역사에서는 되새 김이 하나의 수행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특히 수도승 생활의 경우 그들의 영성은 렉시오 디비나와 분리될 수 없고, 또한 그들의 렉시오 디비나는 되새김과 분리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되새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너무도 단순합니다. 한마디로 성경의 특정 구절 가능하면 짧은 구절을 끊임없이 되뇌고 곱씹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들은 말씀을 마치 자기 몸의 일부로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마음속에 깊이 각인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한 구절을 단순히 반복하여 중얼거리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릅니다. 되새김을 통하여 내 ‘바깥’에 있던 본문이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리하여 이제 신앙인은 책으로 된 성경 대신 자기 마음에 새겨진 말씀으로 기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의 깊게 마음으로 그 뜻을 따라가면서 곱씹고 되뇌일 때, 그 성경 구절에 담긴 형언할 수 없는 ‘맛’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 방법이 성경 구절을 참으로 깊이 이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달고도 구수한 주님 말씀의 맛을 어떻게 전달해 주는지 설명할 길 없어 답답할 따름입니다.

 

다음으로는 한 자매님이 제가 안내해드리는 365 말씀 순례길을 마치면서, 말씀을 곰곰이 생각함을 전해주십니다.

 

성경 말씀 한 가닥을 붙잡고 마주한 저의 일상의 자리는 늘 고난의 한 가운데였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괜찮은 척을 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가 고갈되었습니다. 마음이 아픈 날은 내가 사는 오늘이 칼라가 아니라 흑백 처리되어 옛날 사진의 한 장면처럼 금세 오늘 하루가 지나가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저의 복잡함을 마주하며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지혜로워지기보다는 스마트해지길 원했습니다. 가난해지기보다는 오늘 하루 더 많이 갖기를 원했습니다.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자 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집트의 왕자로 살던 모세가 도망자 신세가 되게 하셨고, 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나이는 여든이 넘어서였습니다(사도7.30). 아브라함이 늦둥이 첫아들을 낳았을 때도 그의 나이는 아흔아홉이었습니다(창체17.1). 그렇게 가진 것을 내려놓고 늙고 병들어 힘이 빠져서야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어쩌면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읽은 기간은 제 인생에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꽉 찬 생각을 ‘내 삶의 여정을 돌아보는 나’로 저의 힘을 빼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빛이나 소리, 어떠한 표징이 아니라 지독히 외롭고 힘든 내 삶 한가운데에서 감사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다, 그것이 어렴풋한 저의 결론입니다.

 

“관상은 읽는 바를 살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 어떤 것도 낭비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저장해 두지 않고 삶에서 그것을 다 써 버리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의 <이 책을 먹으라> 렉시오 디비나를 발췌한 내용 중 살아내는 것이란 부분에 크게 공감합니다. 살아계신 하느님께서는 살아있는 말씀을 오늘 하루 다 써버리시도록 저를 인도하셨습니다.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사는 것. 그렇게 단순하게 365일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삶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저는 당신이 아니면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비참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병든 여인이 당신의 옷 깃에 붙은 술이라도 만지길 바라며 엎드린 채 무릎으로 기어간 걸음들과 뻗은 무거운 팔, 떨리는 손가락 끝에 집중하겠습니다(루카8.44).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당신을 처음 만나서 “라뿌니!”(요한20.16)하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리아가 아니라 하혈하는 여인의 믿음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옷 깃에 내려온 술을 저희가 입는 제3회 성의의 빨간 허리 끈을 볼 때마다 되뇌겠습니다. 제가 하늘나라에 가는 날은 하혈하는 여인이 아니라 “라뿌니!”하고 당신을 부를 수 있는 마리아가 되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우리의 삶과 성경 말씀을 함께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2025년 한해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읽기로 마음 먹으면, 1년 동안 신약만도 볼 수도 있고, 구약, 신약을 같이 볼 수도 있습니다. 먼훗날 하느님 앞에 나아가시기 전에, 2025년이 그 시기가 아닐까요? 성경을 가까이 하면서, 성모님처럼,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되새기시기를 기도합니다.

전체 1,64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649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님께 이야기하였다 – 연중 제1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1.15 | 추천 0 | 조회 335
하느님의 사랑 2025.01.15 0 335
1648
말씀이 이루어졌다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1.09 | 추천 0 | 조회 279
하느님의 사랑 2025.01.09 0 279
1647
곰곰이 되새겼다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하느님의 사랑 | 2025.01.01 | 추천 0 | 조회 424
하느님의 사랑 2025.01.01 0 424
1646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 주님 성탄 대축일 – 낮 미사
하느님의 사랑 | 2024.12.25 | 추천 0 | 조회 1776
하느님의 사랑 2024.12.25 0 1776
1645
요셉과 천사 – 12월 18일
하느님의 사랑 | 2024.12.18 | 추천 0 | 조회 2942
하느님의 사랑 2024.12.18 0 2942
1644
주님께 바라는 이는 새 힘을 얻는다 – 대림 제2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12.11 | 추천 0 | 조회 4422
하느님의 사랑 2024.12.11 0 4422
1643
영혼 육신을 돌보시는 예수님 – 대림 제1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12.04 | 추천 0 | 조회 5240
하느님의 사랑 2024.12.04 0 5240
1642
하느님 말씀을 가까이 하려면 –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11.27 | 추천 0 | 조회 6967
하느님의 사랑 2024.11.27 0 6967
1641
구원 받는 감사 –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11.13 | 추천 0 | 조회 7879
하느님의 사랑 2024.11.13 0 7879
1640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니십시오 –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11.06 | 추천 0 | 조회 9480
하느님의 사랑 2024.11.06 0 9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