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죄의 용서와 치유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6-28 18:04
조회
914

가해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마태 9,1-8)

 

 

죄의 용서와 치유

 

  찬미예수님! 논리학의 방법론 중에 순환 논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서로 각자의 입장만을 이야기하여 주제는 계속 돌고 돌아 결론이 나지 않는 논법입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순환 논법의 예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것이 있습니다. 닭이 먼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달걀이 먼저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결론이 쉽게 나지가 않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질병은 죄의 결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린 사람은 공동체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격리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전염 등의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하느님께 죄를 지어 벌을 받아 부정하게 된 사람이라는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환자들은 격리된 생활을 하다가 병이 낫게 되면, 사제에게 가서 병이 나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사제가 병이 나은 사실을 확인한 다음 죄를 용서받았음을 선포한 뒤에야 공동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치유가 먼저 이루어져야 죄가 용서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 순서를 완전히 뒤바꿔놓으셨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 앞에 중풍병자를 데려왔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얘야, 용기를 내어라.”하고 말씀하신 이유는, 그가 자기 스스로 하느님께 벌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과 모욕을 받을까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병이 다 낫기도 전에 먼저 죄의 용서를 선포하셨습니다. 이를 보고 있던 율법 학자 몇 사람은 당연히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죄의 용서를 선포하는 권한도 없는 사람이 이를 선포했고, 또 병이 나은 것을 확인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악한 마음을 나무라시면서 그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쉬운지를 물으십니다. 이 단어 자체가 어렵고 쉬운지를 물으시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사제들이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자신이 한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어나 걸어가라”라고 했을 때 그 병자가 일어나 걸어가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말한 사람에게 지워집니다. 그래서 아무도 병자들에게 일어나 걸어가라고 하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병자들을 사랑하지 않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병자에게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하십니다. 그제서야 그 병자의 치유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병이 먼저 치유되어야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당신께 있음을 알리시며 사실 죄의 용서가 치유보다 먼저라는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그래서 아무리 병자라 하더라도 이미 죄를 용서받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고통을 겪고 병고를 치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죄 때문에 겪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죄, 그리고 세상의 죄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미 모두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전체 1,61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617
성령의 때 – 부활 제6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5.08 | 추천 0 | 조회 132
하느님의 사랑 2024.05.08 0 132
1616
노동의 의미 – 노동자 성 요셉
하느님의 사랑 | 2024.05.01 | 추천 0 | 조회 142
하느님의 사랑 2024.05.01 0 142
1615
신앙의 빛 – 부활 제4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4.24 | 추천 0 | 조회 15758
하느님의 사랑 2024.04.24 0 15758
1614
믿음의 끈 – 부활 제3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4.17 | 추천 0 | 조회 22750
하느님의 사랑 2024.04.17 0 22750
1613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 부활 제2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4.10 | 추천 0 | 조회 22581
하느님의 사랑 2024.04.10 0 22581
1612
엠마오 제자와 미사 –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4.03 | 추천 0 | 조회 25393
하느님의 사랑 2024.04.03 0 25393
1611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 성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3.27 | 추천 0 | 조회 27695
하느님의 사랑 2024.03.27 0 27695
1610
내 말 안에 머무르면 – 사순 제5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3.20 | 추천 0 | 조회 27653
하느님의 사랑 2024.03.20 0 27653
1609
계명 실천 – 사순 제3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3.06 | 추천 0 | 조회 28684
하느님의 사랑 2024.03.06 0 28684
1608
예수님의 섬김 – 사순 제2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4.02.28 | 추천 0 | 조회 28375
하느님의 사랑 2024.02.28 0 28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