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작은 이에 대한 사랑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8-09 10:17
조회
664

가해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마태 18,1-5.10.12-14)

 

 

작은 이에 대한 사랑

 

찬미예수님! 옛날 이 좁은 한반도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질 때만 해도 이것이 정말 하느님께서 세우신 교회인가 싶을 정도로 작았습니다. 1795년 주문모 신부님께서 성직자로서는 처음으로 조선 땅을 밟아서 신자 수가 만 명 가까이 늘었을 때만 해도 우리 한국 교회의 존재에 대해서 우리와 가까이에 있었던 북경 교회 정도가 관심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신유박해로 인해 주문모 신부님을 포함한 많은 교회의 선조들이 순교하자 한국 교회는 다시 암흑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1834년 유방제 파치피코 신부님이 입국할 때까지 조선은 성직자가 없는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조선의 교우들은 성직자를 영입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 차례 교황청에 편지를 보내어 조선의 상황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위험천만한 선교지에 자진해서 오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선교지의 교회는 교회가 예의주시할 만큼 중요하거나 크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포교성성은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조선에 대한 포교를 요청하였지만, 여기서도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들어 이 요청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태도에 대해 일침을 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조선교구의 제1대 교구장이었던 브뤼기에르 주교님이었습니다. 아직 교구장의 소임을 받지 않았던 신부 시절에 브뤼기에르 신부님은 파리외방전교회 동료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기금이 없다, 선교사가 없다, 다른 선교지에도 급한 일이 많다, 그 나라는 들어가는 것조차 어렵다, 등등 선교를 피하려는 여러 가지 이유를 반박하며 그 위험한 일을 자신이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것입니다.

 

  브뤼기에르 신부님께서 방콕에 있던 1829년 5월 19일에 쓰신 이 편지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 교회에 대한 사목적인 열정과 사랑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 편지의 마지막에 서 신부님은 고아들을 돌보게 된 부인들에게 전하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의 말씀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정심과 박애심으로 이 어린이들을 아들 딸로 맞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 어린이들을 낳은 어머니들이 이들을 버린 뒤로 여러분은 은총에 의한 이들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여러분도 어린이들을 버리기를 원하는지 생각하여 보십시오. … 이들의 운명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으니 여러분이 계속해서 자애롭게 보살펴 주시면 이들은 살 것이고, 그와 반대로 저버리시면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와 같은 작은 이들을 사랑할 것을 우리에게 명하십니다. 옛날 이 작은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교회 안에 없었다면 우리 역시 지금 이렇게 앉아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작은 교회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조선 땅을 밟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도 잃지 않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성장했으니, 우리 역시도 내 주위의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설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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