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내 안의 깊은 곳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8-31 13:20
조회
569

가해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루카 5,1-11)

 

 

내 안의 깊은 곳

 

찬미예수님! 우리는 가끔씩 우리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대대로 철학의 가장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나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우리가 나와 너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까지 우리의 일생에 걸쳐 계속됩니다. 우리는 흔히 나라는 존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이야기할 때 4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첫째는 나도 남도 모르고 오직 하느님만이 아시는 부분이고, 둘째는 남들은 모르지만 나와 하느님만이 알고 있는 부분이고, 셋째는 나는 모르는데 남들은 다 알고 하느님도 아시는 부분이며, 넷째는 나도 알고 남들도 알고 하느님도 아시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내가 나에 대해서 아는 부분은 많아야 5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대로 많은 성인들, 그리고 최근에는 많은 심리학자들도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이냐시오 성인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세 번 자기를 성찰할 것을 가르쳤고, 복자수도회 창설자이신 방유룡 신부님께서는 끊임없이 성찰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물론 성찰이라는 것이 죄에 대한 반성일 수 있겠지만,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에 대한 이해,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계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의미합니다. 대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 거기에는 그 작가의 혼이 담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신 모든 만물 안에는 하느님의 혼이 담겨져 있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우리는 하느님의 손길뿐만 아니라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우의적으로 해석할 때, 이러한 성찰의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밤새 고생했지만 고기를 낚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친히 그들과 함께 배에 오르셔서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제자들은 고기 잡는 데에 있어서는 베테랑들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이 깊은 데로 가면 뭐 좋은 것이 있겠냐고 생각했겠지만, 예수님 말씀대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말도 못 할 정도로 고기가 많아서 동료들과 나누고 배에 가득 싣게 되었습니다.

 

  고기를 잡는 제자들이 호수에 관해서는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도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호수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 안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겉에서는 잘 볼 수가 없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도 그러합니다. 겉보기에는 잔잔하고 평온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화가 나는 이유, 상처 받는 이유, 어떤 것을 좋아하는 이유 등 내 삶의 모든 열쇠가 바로 내 안 깊숙한 곳에 있는 것입니다. 내가 나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을 때, 생각지도 않은 많은 고기를 낚을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할 때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 혼자서 깊은 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고기를 많이 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베드로가 보여준 것처럼 더욱 더 겸손한 고백을 예수님께 드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을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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