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나의 뜻과 아버지의 뜻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9-23 11:55
조회
636

가해 연중 제26주일

(에제 18,25-28 / 필리 2,1-11 / 마태 21,28-32)

 

 

나의 뜻과 아버지의 뜻

 

찬미예수님!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벌써 세상은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면서 성장합니다. 어려서 우리는 어떤 것이 먹고 싶고, 또 어떤 것이 갖고 싶다는 뜻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만, 그것이 모두 다 성취되지 않았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점점 머리가 크고 철이 들수록 우리는 나와 뜻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뜻을 합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나와 전혀 다른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를 대하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가져왔던 나의 뜻 전체를 모두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뜻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나의 뜻과 하느님의 뜻을 맞추려면 그것이 쉽게 이뤄질까요? 그래서 우리는 신앙의 길을 가기 시작한 이후로 나의 뜻과 하느님의 뜻이 서로 충돌하는 일을 자주 겪게 됩니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이냐,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이냐 하고 물을 필요가 없이 늘 하느님의 뜻이 더 옳고 더 좋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미 나와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나의 뜻을 버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맏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했습니다. 하지만 맏아들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한 것일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뜻대로 포도밭에 가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아들은 아버지 앞에서는 그 뜻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맏아들이 생각을 바꾸는 부분입니다.

 

  우리 역시 살면서 아버지께서 시키시는 일이 모두 맘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에는 하기 싫고, 어떤 때에는 버겁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외면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맏아들은 아예 대놓고 “싫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바로 생각을 바꾸는 일입니다.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아버지를 위해서 그 마음을 버리고 아버지 뜻대로 하는 맏아들의 모습, 이 모습의 바탕에는 나보다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 곧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하십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5) 우리가 이 마음을 간직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싫어도 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께 당신이 마셔야 할 잔을 거두어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뜻대로 하기를 바라시며 그 잔을 스스로 택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나의 뜻과 아버지의 뜻이 다를 때, 나를 생각한다면 그 뜻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꾼다면 그 뜻을 스스로 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아버지의 뜻이 아닌 내 뜻대로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내가 아버지의 뜻을 알고 아버지께로 돌아서려고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돌아선다면, 오늘 제1독서에서 전하는 것처럼, 우리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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