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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규 수사 사진전 : 미소하는 침묵 작가노트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7-25 16:02
조회
264

 

미소(微笑)하는 침묵(沈默)

– DMZ에서 본 풍경 –

 

김선규(프란치스꼬) Kim sunkyu

DMZ(비무장지대非武裝地帶, De-Militarized Zone)를 카메라 파인더로 바라본지 2년, 일출 전 검문소를 통과하여 통일대교의 찬바람을 맞으며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에 들어선다. 간헐적으로 보이는 군용차, 드문드문 경계근무를 서는 초병(哨兵), 끝이 보이지 않는 굽이굽이 철책, 그 사이에서 땅을 일구는 농부들의 손놀림마저 적막이 흐르는 침묵의 대지(大地)를 마주한다.

한국전쟁이 마무리될 무렵 휴전 협정(1953년7월27일)으로 설정된 휴전선, 그 안에 비무장지대가 있고, 그 밖으로는 민통선을 그어 인위적인 고립의 섬이 되어버린 땅. 그곳은 미소(微少)하는 침묵(沈黙)의 땅이며, 수도원(修道院)이었다.

 

DMZ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가슴시린 현실의 분단 공간이며, 긴장감과 경계(警戒), 통제와 견제(牽制)가 이루어지는 휴전의 완충지대(緩衝地帶)이다. 인간의 경계와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뢰를 뿌리고 철책으로 접근을 막아 안정적 보호를 꾀하는 곳이다. 이런 분단과 통제, 경계와 긴장감은 아이러니하게 인간에 의해 보호된 풍요로움, 생명, 자유, 평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지가 되었고,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라 불리고 있다.

 

DMZ를 카메라 파인더로 바라보면서 20여 년 전 처음 수도원에 들어설 때 느꼈던 고요함과 평화로움, 자유와 행복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떨림이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긴장과 경계, 치열한 내적 투쟁이 일었던 지난 세월을 바라보게 했다. 수도원은 통제되고 봉쇄(封鎖)라는 울타리 속에서 평화와 자유, 행복과 풍요로움을 구현하는 대지다. 수도자(修道者)들은 그 울타리 속의 대지에서 끊임없는 내적투쟁과 순례의 길을 같은 도반(道伴) 수도자들과 형제애(兄弟愛)로 걸어간다.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DMZ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쓰라린 상처를 6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치열하게 생존해 가고 있다. 더욱이 개발과 발전이라는 또 다른 침략에 두려워하고 있는 곳이기에 긴장과 경계를 풀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철책이라고 하는 제한된 곳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대지가 자연스럽게 복원되기에는 제한적인 한계를 갖고 있지만, 사람들과 더불어 스스로 자연스러워지고 안정된 동식물들의 휴식처, 안식처가 되어 가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DMZ는 인간과 공존하며 자연스런 생태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는 반면 적막이 흐르는 침묵의 대지이다. 마치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이 형제애로 살아가며,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 내적 투쟁을 벌이는 투쟁장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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