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듣고 받아들임 –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4-01-24 07:59
조회
5156

 

1월 24일 /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제1독서 : 2사무 7,4-17 / 복음 : 마르 4,1-20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진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한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비유로 전해집니다. 말씀을 길에 떨어지거나, 돌밭에 떨어지거나, 가시덤불에 떨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땅이 되어, 열매를 맺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참으로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임에 대해서 4단계로 설명드립니다.

첫 번째 성경 구절을 천천히 읽어보는 것입니다. “이 성경 구절이 들려주는 말에 귀 기울여 봅니다. 성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두 번째 “이 성경 구절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습니까?” 이 말씀이 내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세 번째 “이 성경 구절을 놓고 나는 하느님께 무엇을 말씀드리고 싶습니까?” 이제부터는 하느님과 솔직한 대화를 시작합니다.

네 번째, “이 성경 구절이 내 인생에서 무슨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성경을 마주한다는 것은 우리가 성경에 열려있다면 언제 나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경 말씀을 읽고, 말씀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우리는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고, 이렇게 하느님과의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해주시는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를 이루어 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성경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봅니다.

 

전원 신부님이 신학생 때 고민입니다. 신학교 4학년 때 착의식을 하고 그토록 그리던 수단을 처음으로 입었습니다. 시편을 읽으며 신학교 낙산의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까만 수단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에 그려진 풍경만을 좇아서 만나게 된 행복이란 것은 실체가 없는 신기루 같아서 이내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해 겨울, 까만 수단의 진정한 의미가 세상에서의 자신의 죽음이라는 것을 8일간의 피정에서 혹독하게 체험해야 했습니다.

사제직에 다가설수록 두려움도 커졌습니다. 한평생을 독신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답답함, 이것만은 놓칠 수 없다고 악을 쓰며 마음 밑바닥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온갖 집착. 더 나아가자니 낯선 터널 속으로 들어가듯 아무것도 자신할 수 없는 캄캄하고 답답한 길이고, 물러서자니 지금껏 꿈꾸며 추구해 왔던 사제 의 길을 영영 접어야 하는 더 큰 두려움이 배수진을 치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삼사일 동안 식사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몸살을 앓으며 저는 진퇴양난의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이가 무엇으로 제 길을 깨끗이 보존하겠습니까? 당신의 말씀을 지키는 것입니다.”(시편 119,9) 피정 내내 어둠 속을 헤매다가 한 줄기 희망의 빛처럼 다 가온 말씀입니다. ‘말씀을 붙잡고 살면 말씀의 힘이 자신을 사제로 살게 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불현듯 전율처럼 느껴졌습니다. 갇힌 물이 작은 구멍이라도 뚫리면 이내 둑을 뚫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듯, 그 한 구절의 말씀이 남은 피정 시간을 온통 은총의 순간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 중에 말씀은 힘이 되었고, 그 힘으로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기념일입니다. 그리스도교 고전에서 준주성범이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 전해집니다. 준주성범은 수도자를 위한 내용이 있고 평신도를 위한 신심 책으로 살레시오 성인이 쓴 신심행활입문이 있습니다. 신심생활입문에서 전하는 내용입니다.

 

나지안조의 주고 그레고리오 성인이 어느 신자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성인이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거닐고 있을 때 해변에는 바다가 토해 놓은 작은 조개와 해초, 굴 껍질과 온갖 찌꺼기가 널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큰 파도가 밀려오자 그것들은 물결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건너편에 우뚝 서 있는 바위만은 세차게 휘몰아치는 엄청난 파도에도 꿈쩍하지 않고 버텨 냈습니다. 이것을 본 성인의 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생가이 떠올랐습니다. ‘해변의 조개껍질처럼 나약한 사람들은 운명의 물결이 밀어닥칠 때 이리저리 흔들리는구나. 이와는 달리 우뚝 서 있는 저 바위처럼 신심이 굳건한 사람은 폭풍우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그 순간 성인의 머릿속에 시편의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 목까지 물이 들어찼습니다. 깊은 수렁 속에 빠져 발 디딜 데가 없습니다. 물속 깊은 곳으로 빠져 물살이 저를 짓칩니다.”(시편 69,2-3) 이때는 그레고리오 성인인 막시모에게 주교좌 성당을 빼앗기도 무척 괴로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말씀과 우리의 삶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이 살아서 나를 변화시키고, 깨닫게 하고, 실천하게 합니다.

 

우리는 미사 참례를 하고, 그리고 성경 말씀을 읽고, 듣고 하면서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듣는 것에서 멈추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말씀은 듣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씀을 듣고 받아들인다면 오늘 비유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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