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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나누기

노동의 의미 – 노동자 성 요셉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4-05-01 21:21
조회
987

5월 1일 / 노동자 성 요셉

제1독서 : 창세 1,26─2,3 / 복음 : 마태 13,54-58

 

오늘은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입니다. 노동자 성 요셉의 의미와 노동의 의미를 보고자 합니다.

 

복되신 성모 마리아의 남편이며 예수님의 양부인 노동자 요셉. 1955년 비오 12세 교황은 5월 1일을 ‘노동자 성 요셉’(St. Joseph the Worker)을 기념하는 날로 제정하여 노동자들의 인격과 노동의 신성함을 인식하게 하였고, 교황 베네딕토 15세는 요셉 성인에게 ‘노동자의 수호성인’이라는 호칭을 부여했습니다.

 

성 요셉은 매우 보잘 것 없고 힘든 목수의 생활로 묵묵히 가정을 이끌어 나갔습니다다. 아내 마리아에게는 사려 깊은 남편이었고 아들 예수님에게는 좋은 아버지였으며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고 믿음을 굳게 지키며 살았다.

 

요셉(Joseph)은 ‘하느님을 돕다’는 뜻으로 예수시대에는 매우 흔한 이름이었습니다. 요셉은 이름 그대로 ‘성실하게 도와주는 삶’ 자체 입니다.

 

요셉성인은 노동을 하며 아들을 키웠고 예수님 자신도 목수였습니다. 성 요셉은 이렇듯 아들인 동시에 구세주이신 예수님께 실천함으로 노동의 참된 의미를 가르쳤다. 그가 예수님에게 가르친 노동의 의미는 자신의 노동과 성실한 생활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가톨릭교회가 성 요셉을 노동자의 수호성인으로 공경하는 듯 합니다.

 

노동절인 5월 1일에 가톨릭에서는 성 요셉을 기린다. 노동절의 진정한 의미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룩한 뜻을 담고 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노동 자체는 부의 축적 즉 자본보다 우위에 존재한다는 것이 교회의 믿음입니다. 노동을 단순히 생계의 방편으로만 생각한다면 이는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는 형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을 이윤과 생산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자본주의 논리는 우리 인간의 삶의 가치와 존엄성을 무시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 ‘노동자’였던 요셉 성인과 예수님을 묵상하며 노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는 매년 노동절에 노동절 담화를 합니다. 저도 어제서야 매년 노동절 담화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노동절 담화는 2024년 한국의 노동 현실에 대해서 전하는 것입니다. 2024년 노동절 담화의 주요 내용을 봅니다.

 

마르코 복음 2장 27절의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7)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권위 있게 이렇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곧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고 모든 종류의 착취에서 인간을 막아 주는 것이 안식일의 역할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58항 참조).

 

사회에는 다양한 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법의 근본 목적은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을 수호하고,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며, ‘공동선’을 실현하고 증진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근본 목적은 반드시 추구되어야 합니다. 교황 요황 23세의 회칙 어머니요 스승에서, 국가 공동체는 “특히 노동자들과 같은 약자, 여성과 어린이들의 권리를 맨 먼저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여야 할 의무를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어머니요 스승」, 20항)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노동자 사이의 차별, 그리고 그 차별의 근거가 되는 법과 제도가 있습니다. 먼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주요 선진국에는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행 노동 관련법에는 절대 숫자 ‘5’가 존재합니다. 곧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당 해고를 당하여도 구제 신청을 할 권리가 없습니다. 최대 노동 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넘겨 일을 하여도 법적 제재가 없을 뿐 아니라, 연장·휴일·야간 가산 수당 그리고 연차 휴가도 받을 수 없습니다.

 

국적에 따른 차별도 존재합니다. 곧 이주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어도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근로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없는 규정이 그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계약 해지와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강제 출국을 당할 위험이 있어 온갖 차별과 불이익을 감수하여야만 합니다. 실제로 일부 사용자는 이러한 상황을 이주 노동자를 통제하는 데 악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용자와 이주 노동자 사이의 고용 관계는 동등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저 임금’에 관한 논의와 결정 과정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거론하고 싶습니다. 최저 임금은 단순히 시급이나 월급에만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최저 임금은 실업 급여와 산재 보상 급여, 출산 육아 급여와 기초 연금 그리고 수많은 사회 보장 제도의 책정 기준인 까닭에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그 결정 과정이 과연 인간 존엄성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입니다(「노동하는 인간」, 11항 참조). 만약 노동자와 그 가족의 품위 있는 삶의 증진 그리고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의 이해관계와 행정적 편의성을 우선하여 결정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인간 노동은 ‘생존 노동’이 아니라 ‘세상을 일구고 돌보는 노동’(창세 2,15 참조)입니다. 장시간-저임금의 늪인 ‘생존 노동’을 권하는 세상은 인간을 ‘노동의 노예’로 만듭니다. 이것을 강요하는 그 어떠한 정치경제사회문화 구조도 결코 정의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휴식과 노동의 조화를 통하여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과 사회를 돌봄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 사업에 참여하여야 합니다.

노동절을 맞이하여,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 사업에 동참하는 모든 노동자를 기억합니다. 노동자 예수님이 노동자를 기억해주시고, 노동자의 수호자이신 요셉 성인이 노동자를 위해 빌어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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